500년 천연림 ‘광릉숲’을 살리자

외래식물이 우리 재래식물의 생장을 가로 막고 있는 게 어제 오늘의 피해는 아니지만 광릉숲까지 잠식한다면 보통 심각한 노릇이 아니다. 조선 7대 왕 세조와 정희왕후 윤씨의 능이 있는 광릉숲은 500여년동안 풀 한 포기 뽑는 것 조차 금지돼와 산림이 울창하고 각종 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자생식물만 800여종에 이르는 경이로운 삼림지역이다. 활엽수만도 약 150종으로 우리나라 중부의 대표적인 낙엽활엽수종이 집결된 곳이다. 특히 약 100정보의 활엽수림은 인공을 가하지 않은 천연림이다. 이러한 광릉숲이 해로운 외래식물들에 잠식 당한다면 국가적으로 막대한 손실이다.

최근 광릉숲 주변에서는 사람 키 높이의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 군락지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에서 나오는 독성 물질은 자생식물의 생육을 방해한다. 2~3년 전부터 경기북부지역에서 대량 발견되고 있는 이 돼지풀들은 다른 식물들의 생육을 방해할 뿐 아니라 이들의 꽃가루가 알레르기성 비염과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도 이들 식물의 생태나 분포에 대해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그 사태의 심각성을 몰라서다. 포천군과 남양주시가 올해 각각 4천만원과 1천만원을 들여 최근 2개월간 제거작업을 벌였지만 분포지역이 워낙 넓어 군인들을 동원해도 역부족인 실정이다.

광릉숲을 병들게 하는 또 한가지는 광릉숲을 감싸고 흐르는 수질 3급수의 봉선사천이다. 1997년을 전후해 이 일대에 무분별하게 들어선 음식점들의 생활하수가 봉선사천으로 유입돼 광릉숲 수목들의 생육에 지장을 주고 있는 것이다. 포천군이 수질 개선을 위해 봉선사천에 1천500평 규모의 하수종말처리장을 2005년까지 짓기로 했으나 이 하수처리장 건설 예정지가 광릉수목원 정문에서 불과 200m 정도 떨어진 곳이어서 오히려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하수처리장 건설 예정지가 반딧불이의 집단 서식지이며 해오라기나 원앙 등이 사는 곳이어서 공사가 시작되면 이들이 갈 곳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수종말처리장을 상류지역인 직동교 부근으로 옮기면 봉선사천 수질 정화는 물론 반딧불이 집단 서식지도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남양주시와 포천군은 돼지풀 제거와 하수종말처리장 위치 변경 검토 등을 통해 광릉숲 보호·보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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