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흠신서

‘흠흠신서(欽欽新書)’는 조선조 23대 순조 때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이 저술한 형법서로 ‘경세유표(經世遺表)’‘목민심서(牧民心書)’와 함께 다산의 대표적인 저서다. 다산은 당시 살인사건의 조사·심리·처형 과정이 매우 형식적이고 무의성의하게 진행됨을 보고 개탄하였다. 다산은 이를 바로 잡고 계몽할 필요성을 느껴 형법서 집필에 착수, 1819년에 완성한 후 1822년에 간행하였다. 흠흠신서는 경사요의(經史要義) 3권, 비상전초(批詳雋抄) 5권, 의율차례(擬律差例) 4권, 상형추의(詳刑追議) 15권, 전발무사(剪跋蕪詞) 3권

으로 구성돼 있다.

‘경사요의’에는 당시 범죄인에게 적용하던 ‘대명률’과 ‘경국대전’ 형벌규정의 기본원리와 지도이념이 되는 고전적 유교경전 가운데 중요 부분을 요약, 논술하였다. ‘비상전초’에는 살인사건의 문서를 작성하는 수령과 관찰사에게 모범을 제시하기 위하여 중국 청나라의 비슷한 사건에 대한 표본을 선별, 해설과 함께 비평을 하였다. ‘의율차례’에는 당시 살인사건의 유형과 적용법규 및 형량이 세분돼 있지 않아 죄의 경중이 무시되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의 모범적인 판례를 체계적으로 분류, 제시하여 참고토록 했다. ‘상형추의’에는 정조가 심리하였던 살인사건 중 142건을 골라 살인의 원인·동기 등에 따라 22종으로 분류했다. 법의학·사실인정학(事實認定學)·법해석학을 포괄하는 종합재판학적 저술이다. ‘전발무사’에는 다산이 곡산부사·형조참의로 재직 중 다루었던 사건과 직접·간접으로 관여하였던 사건, 유배지에서 문견(聞見)한 16건에 대한 소개와 비평·해석 및 매장한 시체의 굴검법(掘檢法)을 다뤘다. 한국법제사상 최초의 율학연구서이며 동시에 살인사건심리 실무지침서다.

‘흠흠’이란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흠흠신서의 서문은 “오직 하늘만이 사람을 내고 또 죽이니 인명은 하늘에 매여 있다”고 시작해 “삼가고 또 삼가는 것이 형을 다스리는 근본이다”는 충고로 끝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 지난 1일 ‘흠흠신서’의 서문이 적힌 대형 액자를 걸어 놓은 것은 의미가 깊다. 법을 다루는 사람들은 모름지기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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