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있어도 못쓴 복지부 경로연금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드러난 경로연금 지급 실태는 저소득 노인 복지를 위한 사회안전망의 허술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보건복지부의 행정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1998년부터 5년동안 대상자 중 8만 2천여명에게 지급을 누락했는가 하면, 예산이 실제 집행액과 크게 차이 나게 편성했다. 연금 예산 편성 자체도 현실과 동떨어졌다. 국회에 제출된 ‘경로연금 예산 편성 및 집행 부적정’이라는 현황자료에 나와 있는 사실들이다.

경로연금은 65세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절박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생계비다. 제때 지급해야 요긴하게 사용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복지부는 경로연금 지급 첫해인 1998년부터 작년까지 총 796억원의 예산을 다른 용도로 이·전용했거나 아예 쓰지 않은 채 반납해 주먹구구식으로 노인복지 예산을 운용했다.

복지부의 해명은 군색하다. 감사원의 조사 결과는 전산상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수치이며 실제 미지급 인원은 8만여명이 아닌 446명뿐이라고 한다. 일선 읍·면·동에서 경로연금을 지급하고도 전산시스템에 입력하지 않거나, 입력했어도 중앙에서 통계로 잡히지 않은 숫자가 많다는 것이다. 연금을 직접 지급하는 은행과 일선 행정단위간의 전산망 문제로 지급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간혹 누락되는 사람도 있다는 강변이다. 경로연금 수급자의 전·출입이나 관리자의 인수·인계 과정에서 누락될 수 있다는 것은 당치 않다.

복지부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인다 해도 행정 누수나 착오 자체가 잘못된 일 아닌가. 그동안 복지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연금 대상 노인들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함으로써 예산 편성·운용에서 큰 차질을 빚었음은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연금을 받아야 하는 대상인데도 누락되는 등 저소득 노인들이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했다. 길게는 26개월동안 경로연금을 지급받지 못한 대상자들도 있다.

그러나 비위 사실이 없다는 것은 다행이다. 이미 지난 일을 거론하는 소이는 복지부는 한푼의 돈이 새로운 부처이기 때문이다. 내년 예산 운용 및 복지사업에서 서민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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