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평준화

고교평준화 30년사는 한국 현대사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교평준화는 교육 문제이긴 하지만 당대의 사회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1974년 서울과 부산을 시작으로 도입된 고교평준화는 지난해 과천·안양·군포·의왕·부천·고양 등 수도권 6개 도시가 논란 끝에 도입함에 따라 현재 23개 지역에서 실시중이다. 인천은 1975

년, 수원은 1979년, 성남은 1981년 도입했다.

일반계 고교수의 50.4%, 학생의 68%가 적용받고 있다. 작년 대선 때 불붙기 시작한 고교평준화 논쟁은 지난 7월22일 교육인적자원부가 고교평준화 실시지역 지정 권한을 시·도교육감에게 위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증폭됐다.

1969년 실시된 중학교 무시험제는 중학교 입시 병폐를 철폐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결과적으로 명문고 진학 열풍을 초등학교에까지 끌어내리는 악순환을 낳았다. 이같은 고교입시제도의 과열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추진된 것이 고교평준화였다. 고교의 전형시기를 전·후기로 나누고 공·사립 인문계의 경우 학군을 선정, 선발고사를 실시한 뒤 추첨을 통해 학교를 배정하는 것이 평준화 정책의 뼈대이다.

평준화 옹호론자들은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평준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능력에 맞게 학교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진정한 평등이라며 고교 입시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교육관련 단체 뿐 아니라 학부모·동문회, 심지어 학생들마저 사분오열돼 있는 점이다. 중학교 교육의 정상화, 과열 과외의 완화, 재수생 해소 등 긍정적 평가와 고교생 학력저하 등 부정적인 평가를 동시에 갖고 있는 고교평준화 정책의 미래는 파란이 예고된다. 무엇보다 민선 교육감들이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정책결정을 차일피일 미룰 우려가 크다.

당사자인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다면 찬반 결정이 가장 정확할텐데 기성세대들이 너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안타깝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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