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저기서 공권력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시위현장과 불심검문장소 에서 경찰들이 툭 하면 몰매를 맞는다. 심지어 치안센터(파출소) 안에서도 경찰들이 봉변을 당한다.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이 민중에게 지팡이를 빼앗기고 그 지팡이마저 부러져서야 무슨 힘으로 공무를 집행할 수 있나.
얼마 전 신 경장은 화물연대 지도부를 검거하려고 동료들과 불심검문하다가 얼굴을 얻어 맞고 이 몇 개가 부러졌다.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은 사람이 냅다 휘두른 주먹에 그냥 당했다.
김 순경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보수단체의 시위 현장에서 인공기를 불태우려는 사람을 저지하다가 집회 참가자들에게 몰매를 맞았다. 머리가 찢어져 여덟 바늘을 꿰맸다.
음식점에서 패싸움을 벌이던 취객들을 말리기 위해 출동한 경찰 4명이 10여분동안 취객들에게 일방적으로 밟히는 수모를 당했다. 지원 경찰 10여명이 출동해서야 겨우 살아 났다. 취객들이 오히려 가위를 들고 설치는 데야 견딜 재주가 없다.
지난 달에는 술에 취한 남자가 트럭을 몰고 용인시 원삼치안센터로 돌진해 현관을 박살냈다. “술값 문제로 시비가 붙어 파출소를 찾았는데 경찰관은 없고 문이 잠겨 있어 화가 나서 그랬다” 트럭운전사의 말이다. 어지러운 세상이다.
인천 논현치안센터에서 혼자 근무하던 김 경사는 민원인에게 맞고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졌다. 이제 혼자서는 소내 근무도 무서워 못할 지경이됐다.
치안사고가 너무 많이 난다. 다른 건 놔 두고 공무집행방해사범만 올 7월들어 월평균 918명이 붙잡혀 왔다. 경찰이 동네북이 아니라 허수아비만큼도 힘을 못 쓴다. 욕 먹는 건 다반사이고 멱살을 잡히거나 주먹질을 당해도 ‘민주 경찰’이기 때문에 참아야 지 별 수 없다.
범죄나 단속 현장 뿐 아니다. 일상적인 순찰 때도 112 순찰차만 보면 취객들이 다가와 욕을 하거나 시비를 거는 경우가 그야말로 비일비재하다. 그렇다고 맞장 뜨면 폭력경찰로 찍힌다.
흉악범을 체포하려고 권총 방아쇠를 당기면 함부로 총을 쏴야 했느냐고 비난 받는다. 총을 안 쏴 범인을 놓치면 권총은 장식품으로 갖고 다니냐고 욕하는 게 이 세상이다.
국가 공권력 집행의 첨병인 경찰의 권위가 이렇게 곤두박질 친 이유는 무엇보다 ‘못된 경찰’ 탓이다. 정권의 성향에 ‘코드’를 맞출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경찰이 국민으로부터 권위를 인정받기 힘들 것이라는 정치성 얘기도 있지만 우선은 ‘몇 마리의 미꾸라지 경찰’들 소행 때문이다.
경찰이 성매매 업소에서 정기적인 상납을 받았다? 경찰간부와 부하 여경이 술자리에서 난투극을 벌였다? 경찰이 부녀자 납치 강도 사건에 가담했다?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다. 비록 일부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경찰이 비리에 연루되다 보니 권위 훼손이 안될 리 없다.
경찰의 기본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재산보호, 범죄예방, 진압, 수사 등이다. 누가 모르느냐고 따지면 정말 바보다.
부탁할 게 있다. 시민들에게 제발 매 좀 맞지 말라. 경찰이라면 적어도 호신술은 배웠을 거 아닌가. 폭력배들에게 당했어도 창피스러운 일인데 시민들이 휘두르는 주먹에 얼굴이 터지고 갈비뼈, 이가 부러진다면 체면이 서지 않는다. 그렇다고 시민을 두들겨 패라는 게 아니다. 권투, 태권도, 유도, 검도를 더욱 연마해서라도 최소한 자기 몸은 방어하라. 다치지 말라는 얘기다.
매 맞고 경찰서에 가면 잘 참았다고 하지 않는다. 분해서 억장 터지는 건 모르고 되레 사람들이 ‘이런 경찰 어떻게 믿고 사나’ ‘ 넋 나간 경찰’이라고 힐난한다.
그러나 아무리 어쩌니 저쩌니 하여도 대다수 국민은 치안일선에서 밤낮없이 고생하는 대다수 경찰을 신뢰한다. 봉급은 부족하지만 딴마음 절대 먹지 말라. 가끔 삼겹살에 소주 한잔 마시고 힘 내라. 시도 때도 없이 매 맞는 경찰은 불쌍해서 못보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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