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들 나들이를 위해 시민의 교통 통제가 잦은 것으로 나타난 보도가 있었다. 경찰청이 한나라당 박종희 국회의원에게 낸 국감자료에서 이같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 5명 중 4명이 지난 한해동안에 425회, 올들어서는 지난 7월말까지 261회에 걸쳐 나들이 편의를 위한 교통통제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이는 1일 평균 1.2회에 해당하는 것이다.
교통통제 요청은 김영삼, 노태우, 전두환, 최규하 전 대통령 순으로 많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7월말 현재까지는 외출을 잘 하지 않은 탓인 지 한번도 요청하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의 경호를 위한 교통통제는 교통 신호기를 조작하거나 차량소통을 일시 차단하는 것으로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등에 근거한다.
그렇긴 하나 외식이나 이발하러 가는 사사로운 나들이에까지 시민들의 교통을 통제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만 하다. 바쁜 것도 아니고 위해로운 일도 없는데도 거침없이 씽씽 달리는 게 전직 대통령들은 기분이 좋을 지 몰라도 교통을 통제당하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썩 기분좋은 일은 아니다.
필리핀에서는 전에 라모스 대통령이 탄 차량이 교통법규를 위반했다 하여 교통경찰관이 운전기사에게 딱지를 뗀 적이 있다. 국내 민도가 필리핀보다는 낮다고 여기지 않는데도 현직 대통령이 아닌 전직 대통령들까지 교통통제 요청을 남발하는 것은 매우 언짢다. 마치 ‘아무개 대감 행차시다. 썩 물럿거라!’고 호통치곤 한 조선조 시대의 물럿거라 행차를 연상케 한다.
신호등에 파란 불이 켜지기를 기다리면서 일반 시민의 승용차와 나란히 선 차창 너머로 서로 눈인사를 하거나 손인사를 나누는 그런 멋있는 전직 대통령들의 모습을 보고싶다. 전직 대통령은 많은데도 그런 멋있는 전직 대통령을 한 분도 갖지못한 게 웬지 씁쓸하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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