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 국민투표에 부쳐야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과천 정부종합청사내의 부처 이전계획 보도가 있었다. 정부는 이밖에도 이미 행정수도 이전을 분야별로 나눠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우리는 이같은 행정수도 이전의 기정 사실화가 과연 타당한 것인 지 의문을 가져오고 있다. 대통령의 선거공약 사항이기 때문에 기정 사실화해도 된다고 보는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당선된 대통령의 선거공약을 모든 국민들이 다 승인한 것은 아니다. 당선은 정치적 의미가 있을 뿐이다. 선거공약 이행에도 법률이 뒷받침 돼야 하는 게 많다. 그래서 법률적 과정에서 걸러내야 하는 것도 적잖다. 실제로 공약은 꼭 해야할 것도 있지만 해선 안될 것도 있다.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우리의 의문은 과연 해야 하는가, 안해야 하는가가 객관적으로 판별돼야 한다고 보는 데 근거한다. 그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국민투표다. 헌법은 중요정책의 국민투표를 규정하고 있다. 물론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했다. 행정수도 이전은 국가안위에 관한 사항이 아니라고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행 헌법 역시 국민투표에 의해 확정됐다. 행정수도 이전이 개헌보다 못한 국가 정책의 중요사항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또 외교·국방·통일정책과도 관련이 깊다.

또 하나 간과키 어려운 것은 행정수도의 개념이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가 다 옮겨간다. 국회도 옮긴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말이 행정수도 이전이 지 사실상 국가수도의 이전이다. 사실상의 국가수도 이전이 주는 충격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행정수도’ 표현의 개념을 국민에게 실체적으로 재정립해 보일 책임이 정부는 있다. 만약 국가수도 이전이 아니라면 행정수도 이전과 국가수도 이전이 어떻게 다른가를 확연히 구분해 보여야 한다.

행정수도든 국가수도 이전이든 간에 이는 국가 정책의 중요사항으로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보는 것은 한결같은 우리의 소신이다. 당선자 시절 인수위측에서도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가 많으면 국민투표를 해서라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던 걸 기억한다.

우리는 여기서 행정수도 이전의 찬·반을 가리려는 것은 아니다. 국민투표의 어떤 결과를 염두에 두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국민적 합의를 법률적 장치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선행 조건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을 본격화해도 국민투표를 거치고 나서, 하게되면 하는 것이 떳떳하다. 정부의 일방적 의사로 수도를 옳긴 일은 어느 나라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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