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조선조) 마지막 황태자(세자) 이은(李垠) 전하의 부인인 이방자(李方子) 태자비(세자빈)께서 살아 계셨을적 일이니까 오래되긴 했다. 그 무렵 서울 프레스센터에 있는 중앙 일간지 기자였던 지지대子는 낙선제로 이방자 여사를 찾아뵙게 됐다. 가수 조용필, 조영남씨 등과 함께 가야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두 가수는 그 때도 모두 쟁쟁한 가요계의 거물이었다.
이여사는 특히 조용필씨가 부른 ‘한 오백년’을 좋아한다고 했다. 말씀은 어진 미소를 지어 보이며 했지만 왕세자빈의 비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한국인임을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하셨다. 자연히 조용필씨와 나누는 이야기가 많자, 동석했던 조영남씨가 슬그머니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게 심상치 않아 뒤따라 나갔다. 가까스로 설득하여 다시 합석은 했다.
가평서 가진 제14회 경기도지사기 생활체육대회 개회식 식후 공개행사에서 ‘손학규 차기 대통령설’을 폈다는 조영남씨 기사를 보면서 그간 잊었던 옛날 일이 생각나 앞서 몇줄 적었다. 조영남씨는 “(손학규지사는) 반드시 대통령이 돼야할 분”이라면서 ‘손학규 차기 대통령설’에 상당한 막간의 시간을 무대에서 할애했던 것 같다. 이젠 경기도에서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맞는 말이긴 하다. 또 두 사람의 전공은 달라도 서울대학교 선후배 사이다. 조영남씨가 손지사의 차기 대통령설을 폈다하여 허물이 될 것은 없다.
그러나 그는 초청가수로 그 무대에 섰다. 장소는 생활체육대회다. 노래를 부르다가 난데없는 대통령설이 왜 나왔는지 그것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무대에 선 가수는 노래만 부르면 되는데도 굳이 왜 그런 시나리오가 연출됐는가에 대해 객관적 설득력이 빈곤하다. 약속된 자리에 동석했다가도 이탈하는 엉뚱한 데가 없지 않은 조영남씨이긴 하다. 하지만 과공비례(過恭非禮)라 했다. 막상 본인의 당자가 있는데서 벌인 그같은 쇼가 과연 손학규 경기도지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만 하다.
/임양은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