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귀성

올 추석 연휴는 유별나게 길다. 10일, 11일(추석), 12일의 법정공휴일에 이은 13일이 토요일이다. 연휴와 일요일 사이에 낀 징검다리 반공일(토요일)을 관공서가 아닌 일반 업체는 아예 휴일로 한 곳이 대부분이다. 출근을 해도 오전 한 나절의 일을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휴일 선심을 쓴 것일 게다. 이렇다 보니 추석 연휴가 5일이나 되어 휴가기간과 거의 맞먹는 셈이 된다.

2천만명의 이동이라고 하던 게 어느 매스컴에서는 ‘3천만명의 이동’이라고 하는 것을 보았다. 좀 과장되긴 했지만 아무튼 굉장한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외국인들 눈에는 더러 이러한 명절 이동이 잘 이해되지 않은 것 같다. “뭐 하려 그토록 애를 써가며 시골을 가느냐?”는 것이다.

뿌리가 별로 없는 이민족들 눈엔 그렇게 보일 지 모르겠다. 그렇다. 명절의 대이동, 이는 뿌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여느 땐 객지에 나와 먹고 살기가 바쁘다 보니 내가 누군가를 잊다가도 때가 되면 이렇게 고향을 찾아 나서는 것이야 말로 우리의 공동체사회를 지탱케 해주는 구심점인 것이다. 1년에 설과 추석의 두 명절은 그래서 우리사회의 공동선을 형성해준다.

고향 찾아가는 마음은 누구나 다 똑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름답다.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이다. 특히 어린 자녀들에게는 더 할 수 없이 좋은 생활교육인 것이다. 꼭 먼 시골 고향을 찾는 것만이 명절 귀성은 아니다. 가까운 도시에서 조상의 차례(茶禮)를 지내려 후손들이 큰댁을 찾는 것도 뿌리를 찾아가는 귀성이다. 오랜만에 가족과 친인척들이 모여 덕담을 나누며 회포를 푸는 명절 귀성은 참으로 지혜로운 전래의 뿌리문화다.

올 여름엔 비가 워낙 잦아 농사가 잘 안됐다고는 하나 가을 들녘은 역시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교통체증으로 귀성길이 고생스럽긴 하지만 고생을 재미로 알면 그래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좋은 귀성길, 즐거운 추석 명절이 되기를 빈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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