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신도시를 ‘부자특구’로 조성하고자 하는 건교부의 새로운 계획에 동의할 수 없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을 어렵게 해 강남 아파트 값 폭등세를 꺾는 대타로 삼고자 하는 발상부터가 크게 잘못됐다. 판교 신도시는 원래 첨단의 벤처단지 조성이 주 목적이었다. 이것이 야금 야금 아파트 중심으로 변질되더니, 대형 평수 아파트를 당초 계획보다 크게 늘리는 등 ‘부자특구’로 만들면서, 1만평 규모의 학원단지를 두어 강남의 유명 사설학원까지 유치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강남의 유명학원을 유치하려면 거저 되는 게 아니다. 사교육을 부추기는 갖가지 우대 정책이 불가피하다. 이는 실로 국가 공교육의 기본 틀을 뒤흔드는 것으로 쥐를 잡으려다가 독을 깨는거나 다름이 없다.
또 강남의 고급주택 수요 흡수와 강남 아파트의 주된 매력 중 하나로 꼽히는 교육여건 강화책으로 강남보다 더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한다는 것도 당치않다. 판교 신도시에만 특목고·특성화고·자립형 사립고 등 특수학교와 외국인학교를 집중적으로 설립하는 것은 사회정서의 형평성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특수학교 설립을 인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역 안배를 무시한 특정지역에 대한 특수학교의 무더기 설립은 명백한 선민의식을 키워 위화감을 크게 조성한다.
건교부 말대로 하면 판교 신도시는 부호들만 사는 아주 특별한 도시로, 마치 천국처럼 호화로운 별난 교육환경을 누리게 된다. 정부가 이처럼 일반적 사회 현실과 동떨어진 이방지대의 별천지를 만드는 게 결코 합당하다고는 믿지 않은다. 참으로 딱한 것은 건교부의 단견이다. 판교 신도시를 강남의 대체지역으로 만든다고 해서 강남 선호 경향이 크게 누그러 진다는 보장은 없다. 설사, 강남 열기가 다소 진정된다 해도 강남보다 더한 판교 열기가 일어나 강남 못지않은 새로운 골칫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한 두 부처가 서두르는 땜질 처방보다는 범정부 차원에서 교육제도 전반을 공교육 중심으로 개혁하는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 길이 먼 것같지만 가장 가까운 길이다. 어떻든 정부가 나서서 사설학원들을 큰돈 벌게 해주겠다는 정책은 정책이랄 수 없다. 판교 신도시는 원래의 목적대로 조성돼야 한다. 신도시를 양산하다 못해 이젠 별 희한한 신도시를 내놓는 건교부 계획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 경기도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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