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재해위문, 정부는 쌀개방 막아야

올 추석 연휴는 큰 사건 사고로 얼룩졌다. 추석 전날 멕시코 칸쿤에서 날아든 전농련 회장 이경해씨의 할복자살 비보, 추석 이튿날 들이닥친 14호 태풍 ‘매미’의 강타 등은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실로 감당키 힘든 시련을 더해주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100여명의 사망자 및 실종자 등 많은 인명피해와 아직 정확한 집계조차 어려운 막대한 재산피해를 냈다. 비록 1959년의 ‘사라’를 능가하거나 버금가는 태풍이라 하지만 예고된 태풍에 이토록 큰 피해를 낸 것은 정부 당국의 방비태세를 의심케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를 탓하기 보다는 이재민 구휼과 재해복구가 더 시급하다. 특히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든 남해안과 영동 일부지역 이재민들은 벌써 며칠 째 허탈속에 폐허화된 삶의 터전을 재건하는 데 비지땀을 쏟고 있다. 이들에게 재기의 힘을 실어주는 정부의 기민한 정책지원과 사회적 노력이 시급하다. 정부 당국은 행정절차의 번잡을 생략한 예비비 지원으로 적기에 도움을 줄 만반의 이재민 대책에 추호도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의 추진은 책상머리가 아닌 철저한 현장 위주가 되어야 한다. 태풍의 고통을 이재민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사회적 온정 또한 절실하다. 현지 자원봉사로 아픔을 덜어주고 십시일반의 성금을 모으는 것도 전래의 미풍양속이다. 경기도 등 지역사회의 각급 자치단체가 재해지역을 찾아 위문하는 것 역시 능히 고려할만 하다.

이경해씨의 자살 소식은 참으로 큰 충격이다. 한 농민대표가 세계무역기구(WTO) 5차 각료회의가 열린 이역 땅에서 죽음으로 농업개방에 항거했다. 이는 정부와 우리 국민, 나아가 모든 농산물 수입국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특히 쌀 개방은 국내 주곡 농업을 붕괴시켜 농업인구의 대량 실직 사태를 낳는다. 소비자들이 여느 땐 더 싼 수입쌀을 먹을 지라도 국제사회가 충돌하는 등 비상시엔 쌀 기근에 허덕인다. 쌀 생산은 식량안보 차원의 문제다.

하지만 농산물 개방을 거부하면 공산품 수출이 타격을 입어 이번엔 제조업의 실업을 가져온다. 공산품 부문은 선진국, 농산품 부문은 개도국 입장에 있는 정부의 고충이 이래서 더 크다. 쌀 개방문제는 역대 정부가 농업구조 개조를 미루어 현 정부의 부담이 더욱 높다. 그러나 어떻게든 쌀 개방만은 예외로 하여 더 유예시켜야 한다. 전례 드문 흉년에 남부지역은 태풍으로 엎친데 덮친 형상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농업인들 마음은 멍들어 있다. 쌀 개방으로 흥분을 폭발시켜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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