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재혼 가정의 자녀들이 가정법원 결정으로 새아버지 성(姓)으로 바꿀 수 있고, 남자 형제없이 여성 자매만 있는 집에 국한하여 가능했던 입부혼(入夫婚·남편이 아내의 호적에 들어가 자녀 성을 아내 성으로 하는 것)이 앞으로는 혼인신고서란에 부부가 합의만 하면 무조건 가능하게 된다.
법무부는 며칠전 이같은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가족별 호적이 없어지는 대신 개인별 신분등록제가 시행되는 것을 두고 가족개념의 파괴다 아니다 하는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새아버지의 성으로 바뀌어도 새아버지의 재산 상속과 관련된 권리는 전혀 없다. 오히려 성을 바꿔도 친아버지의 재산은 계속 상속권을 갖는다.
어머니가 개가를 가령 두·세번하면 자녀의 성이 두·세번이나 바뀔 수 있는 반면에 자녀가 성장하여 친아버지의 성을 되찾으려면 가정법원의 결정으로 본 성의 회복이 가능하다. 민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자녀를 혼자의 힘으로 키운 어머니되는 여성이 쥐 뿔도 한 일 없으면서 다만 아버지라는 것만으로 친권 행사를 하려하는 남성의 횡포는 능히 막을 수가 있다.
그러나 예상되는 혼란도 많다. 가령 이름만 바꿔도 동일인 증명 등 입증자료가 번잡한 판에 성을 한번도 아니고 더 이상 바꾼다면 동일인 입증자료가 더욱 번다하여 사회생활에 혼란이 있을수 있다. 또 성씨를 이러저리 마구 바꿈으로써 족보의 개념도 달라질 우려가 많다. 하지만 분명한 한가지 사실은 있다. 호주제 폐지가 어떻든 간에 건강한 가정에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되도록이면 이런 가정이 많은 사회가 되면 좋겠다.
민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는 됐지만 국회 통과는 더 두고 보아야 한다.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기를 기대하고는 있다. 그렇지만 미루적 거리다가 본회의에 상정않고 회기를 넘길 가능성도 없지않다. 제16대 국회의원 임기 만료로 민법개정안이 자동폐기 되지 않겠나하고 보는 일부의 관측도 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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