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지방을 강타한 14호 태풍 ‘매미’는 추석전 수일부터 각종 언론을 통하여 수차례 예고됐다. 물론 이번 태풍이 기상관측 이래 가장 강한 바람을 동반한 것이므로 철저한 준비를 해도 어느 정도의 피해는 불가피했다.
그러나 마산 등 일부지역에서 일어난 피해를 보면 과연 이번 태풍에 대한 피해를 중앙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가 적절하게 대처하였는지 의문을 제기치 않을 수 없다. 이런 의문은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태풍이 몰아친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해당 관서에서 주민대피 등을 사전에 충분히 예고하고, 또한 관계 공무원들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큰 인명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던 것을 비교하면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특히 마산이나 강원도 일부지역에서 많은 인명피해와 더불어 큰 재해가 발생한 것은 인재의 탓이 크다. 이번 마산 지하 노래방에서 수명이 사망한 피해는 해안 매립지이기에 많은 비가 올 때마다 바닷물이 역류되어 수해가 상습적으로 발생한 지역이다. 더구나 이 지역을 태풍이 강타한 시점은 만조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대피 등 제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 강원도의 경우, 지난 해 수해지역을 제대로 복구하지 않았거나 또는 제방공사 등이 부실하여 피해가 생긴 지역이 많다.
중앙부처 역시 재난방지 대책 수립에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수년 전부터 재난방지 대책을 위한 별도의 종합기구 설치가 논의됐음에도 불구하고 관계 부처간의 이견으로 아직까지 입법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때문에 효율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부처간 집단이기주의로 비판 받아야 한다.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 인간의 능력이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앙 및 지방의 관계기관이 재난방지를 위한 최선의 대책을 강구했다면 최소한 인명피해는 더욱 줄일 수 있었다. 지금부터라도 효율적인 재난대처 시스템 구축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태풍은 올해도 한 두차례 더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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