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웬 환대인가 싶었다. 지난 3일 워싱턴을 방문한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을 부시가 자신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맞아 30여분간 얘기를 나눈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연유가 이내 나타났다. 이라크에 대한 전투병 파병 요청이 환대의 배경이었던 것이다. 요즘은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방미 길에서 환대를 받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대표의 방미는 의문이었다. 정기국회가 개회 중이고 태풍 ‘매미’의 피해를 비롯한 갖가지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마당에 갑작스런 방미는 야당 대표로서 시의가 심히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최대표가 백악관 콘돌리자 라이스 안보보좌관, 국무부 리처드 아미타즈 부장관, 국방부 폴 울프위츠 부장관 등 부시 행정부 요인들이 줄줄이 면담을 희망하는 환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 역시 두말 할 것 없이 전투병 파병을 위한 회유일 것이다. 전투병 파병 요청도 그렇다. 파병설은 아직껏 공식 채널로 알려졌다기 보단 비공식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파병 규모도 수백명에서 1개사단 등 중구난방이다.
정부는 미국의 파병 요청을 공식으로 받았는지, 받았으면 규모는 어느 정도며, 현지 조건은 뭣인지를 구체적으로 국민에게 당장 밝힐 의무가 있다. 전투병 파병에 대한 국론을 모아도 알아야 할 것을 제대로 알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5차 각료회의에서도 프랑스와 독일을 ‘왕따’시킨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세를 모아 한국 일본 등 농산물 수입국에 대한 관세 상한선 등 농산물 개방에 강력한 압력 작용을 했다. 가히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 미국 주도의 세계화 힘을 여전히 과시하고 있는 현실이다. 참으로 기분 나쁜 현상이다.
우리가 전투병 파병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실로 고민이다. 북 핵 관련의 후속 6자회담도 있다. 무엇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익인가를 깊이 헤아려야 할 것 같다. 분명한 것은 감정적 대응은 금물이라는 사실이다. ‘알고도 속아 넘어가 준다’는 속담이 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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