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도청의 한 공무원 상가(喪家)에서 손학규 지사를 만났다. 공사다망(公私多忙)이라 그런지 얼굴에는 피곤함이 역력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경기도가 소외되면서 중앙부처와 국회, 심지어는 대통령까지 쫓아다니며 ‘역차별’을 울부짖던 열기가 채 가시도 않은 상태에서 태풍 ‘매미’가 남부지역을 강타하자 새벽 3시부터 수해지원 준비에 나서 오전 10시부터 삽을 들었다고 하니 그럴만도 하다. 또 대권 출마설을 타고 있는 만큼 경쟁자들과 견줄 수 있는 ‘도정’을 실현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내심 피곤함을 더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손 지사와 함께 수해현장으로 달려갔던 83명중 일부 공무원들이 전하는 “참으로 일 잘하는 지사,진정으로 봉사의 의미를 깨달은 수해복구 현장이었다”는 말에서 수해현장에 경기도민들의 마음을 전한 것 같아 굳이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더구나 손 지사가 “수해지원을 위해 그 새벽에 비상연락을 취했더니 복구장비나 재해구호물품은 물론이고 수해지역 주민들에게 부담을 주지않기위해 도시락까지 챙기는 것을 보고 경기도청 공무원들의 효율적인 도정 수행능력이 확인됐다”며 “이번 만큼은 정말로 우리 공무원들을 칭찬해 달라”고 주문할 때는 웬지 하나되는 공직사회를 보는 것 같아 내심 신뢰감까지 더해 졌다. 도청도설(塗聽塗說·자리에서 들은 말을 다른 사람에게 곧바로 말하는 것은 덕을 잃는 일)이라 했으니 더 이상 그 자리에서 오갔던 이야기는 접는다.
그런데 최근 이런 손 지사를 두고 도내 정치권에서 곱지않은 시선이 제기되고 있는 것 같아 못내 아쉽다. “도지사가 되더니 다소 거만해 졌다”,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 겸손해야지, 너무 자기 PR만 하려한다”,“사사로운 인간미가 없다” 등등.
물론 있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손 지사는 이런 불만에도 잠시라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이런 불만은 곧 표면화되기 쉽고 이럴 경우, 이는 도민들의 정서 분열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불만이 쌓이고 쌓이면 손 지사는 정치적으로 고성낙일(孤城落日)의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반영하듯 손 지사 주변에서는 의외로 ‘지사님이 정(情)이 없다’는 말을 하는 이가 적지 않다.
물론 손 지사 측근들은 ‘지사님이 보이는 것보다 내심 정이 많은 분’이라고 항변할 지 모르겠지만 분명 이같은 이야기가 수면밑에서 오가고 있다는 것은 명심해야 한다.
정이란 이심전심(以心傳心)에서 비롯되는 만큼 손 지사가 보다 많은 애정을 갖고 주변인들의 작은 노고를 알아주고 챙겨줄 때 생겨나는 것이다.
따라서 손 지사는 물론이고 측근들도 제기되는 문제점들에 대해 방어논리를 개발하기보다는 인간적으로 주변을 살피고 헤아릴 줄 아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구인공휴일궤 <九?功虧一궤(竹+貴)> ·한걸음만 더 나가면 성사될 일을 손을 빼기 때문에 망친다)의 우를 범해서는 큰 일을 도모할 수 없기 때문이다. 九?功虧一궤(竹+貴)>
/정일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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