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 신중한 접근을

미국이 한국 정부에 요청한 국군의 이라크 파병 규모가 예상했던 규모보다 훨씬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파병 규모나 파견부대의 성격은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독자적으로 작전수행이 가능한 경보병 부대로서 폴란드에서 파견한 군대 규모라고 하니 약 2천~3천명의 병력을 요청한 것으로 생각되어 이는 지금까지 예상했던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런 규모의 국군 파병은 베트남 전쟁 이래 최대의 국군 파병이다. 파병규모도 문제이지만 파병군의 성격과 비용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라크는 현재 미군을 비롯한 다국적군이 점령하고 있지만, 매일같이 자살테러와 같은 폭력사태가 발생하여 미군들의 희생이 전쟁 전보다 더욱 많이 발생하고 있을 정도로 위험지대이다. 때문에 한국군이 어느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든 상당한 인명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파병군에 대한 경비문제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평화유지군(PKF)의 자격으로 파병하게 되면 명분도 있고 또한 비용도 유엔의 부담으로 이루어지지만 현재로서는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 성격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부대 건설과 활동에 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국군 1인당 월 약220여만원으로 예상되는 비용은 굉장한 부담이다.

그러나 파병문제는 이런 몇가지 조건만 가지고 결정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가 또 있다. 미국과 곧 구체적인 협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지난 4월 비전투원의 이라크 파병 때와는 규모나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파병반대가 더욱 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에 의하면 다수의 국민들이 파병에 대하여 회의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의 전통적인 우방관계와 국가이익을 고려해야 되지만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파병문제를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국민적 합의를 추구해 가고 있는 일본 등의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어서는 안된다.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요구 받은 이라크 파병 내용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림과 동시에 격의 없는 공론을 통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