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고교생 현장실습, 문제점 많다

실업계 고등학생들이 전공 분야에 맞춰 학교 아닌 기업체 등에서 현장 실습을 하는 것은 오랜 교육계의 관행이다. 이론으로 배운 과목을 실제로 경험하므로써 실기 숙련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그러나 본보가 보도(17일자 1면)한대로 도내 상당수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현장 실습이란 명목으로 기업체 등에서 과중한 노동에 시달려 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학부모 입장에서라도 학교와 기업체의 적합치 못한 처사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상당수의 학생들이 현장 실습기간 중 단 한 차례도 수업을 받지 않은 것은 학교측의 중대한 과오다. 학습권 침해가 분명하므로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현행 법률상 실업계 고등학교 3년 재학기간 동안 학생들은 최소 34시간에서 최장 6개월까지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현장 실습을 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도내 실업계 3학년 학생 중 여학생 1만3천249명을 포함, 총 2만7천871명이 현장 실습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들 학생들 가운데 10%가 넘는 2천897명이 법적 기준인 6개월을 초과해 실습을 받았고, 또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참여학생 중 1천233명이 법정 최저 임금인 50만2천900원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았다. 게다가 2천700여명의 학생들이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의 초과근무에 시달렸다니 학생들을 근로자로 취급, 임금과 노동력을 착취한 셈이다. 세상 물정 모르는 학생들을 수탈 대상으로 삼은 것은 지탄을 면할 수 없다.

문제는 현장실습시 월 1회 이상 학교에 출석해야 하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습기간동안 단 1차례도 등교하지 않은 학생이 무려 4천216명으로 참여학생의 15%에 달한다. 특히 현장 실습에 나선 학생들 중 절반이 넘는 1만6천131명이 취업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 현장 실습이 취업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기업체에 잇속만 챙겨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산업체 현장 실습에서 상당수 학생들이 학습권 침해를 받고 임금과 근로기간 등 노동조건에서 차별대우를 받는다면 현장 실습은 기업체의 임금착취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실업계 고3 학생들의 현장 실습은 교육과정의 일환이다. 교육계는 물론 기업체의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실질적인 현장 실습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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