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글밭/인생 열상(人生 十床)

몇일전 농협의 농가주부 모임에서 혼자 사시며 이제껏 한번도 생일상을 받아 본 적이 없는 83세 할머니께 ‘노인 생신상 차려 드리기’행사를 벌여 칭찬과 함께 기쁨과 회한의 울음 바다를 만들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팔순을 넘도록 혼자이신 할머니께 베푼 사랑은 어떤 색이었을까. 할머니의 만수무강을 빌며 열 가지 재미있는 생일상을 그려보려 한다.

사람은 본디 천수(天壽)를 가지고 태어나며 천수는 열번의 상(床)을 받는 것으로 누린다고 한다. 열번의 상은 백일, 돐, 회갑, 고희(古稀), 희수(喜壽), 산수(傘壽), 미수(米壽), 졸수(卒壽), 다수(茶壽)를 말한다. 주목할 것은 희수부터 한자의 초서를 이용한 숫자로서 의미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초서를 순서대로 이어쓰면 재미있는 숫자 표기를 발견 할 수 있다. 희수의 한 초서는 七十七로 표기되므로 77세, 산수의 산은 八十으로 80세, 미수는 米자로 부수를 풀면 八十八 88세, 졸수의 졸은 九十으로 90세, 백수의 흰백은 일백에서 한획이 적어 99세, 다수의 다자는 十+十+九十八로 합하면 108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대개 동양적인 의미의 계산임에는 틀림이 없겠으나 과거 조상들의 사농공상에서 선비와 농업이 보기좋은 모습으로 결부된 것은 아닌지. 재미있는 것은 한국인의 주식이며 농업소득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쌀이 88세 미수에 도입되고 있으며 다수에 인용되는 차 또한 재미있다. 차를 다스리 듯 건강을 다스리면 천수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복이란 뜻일게다.

얼마전 모 방송국에서 건강과 젊음을 유지케 하는 음식으로 마늘, 녹차, 토마토, 적포도주를 소개한 적이 있다. 효능이 탁월한 음식도 좋지만 신토불이를 재료로, 건강한 식품을 성심으로 공경의 마음을 담아 마련한 효스런 생일상이야말로 천수를 위한 최고 으뜸 생일상이리라. ‘노인상 차려 드리기’의 효성스런 마음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며 천수는 정직하고 고운 심성을 가진 자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복이 아닐런지./이강을·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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