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계열의 통합신당 출범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결국 이렇게 되고, 또 이렇게 될 게 뻔한 것을 두고 왜 그토록 지루한 뜸을 들였느냐는 것이다. 어쨌든 통합신당이라기 보다는 ‘분당신당’의 발족에 따라 헌정사상 처음으로 명색이 집권당이 분당되는 희한한 형상과 더불어 정당사 또한 새로운 기록을 남기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직 탈당하지 않은 민주당을 가리켜 법적 여당이니, 친노 신당을 가리켜 정치적 여당이니, 또 노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 이후 신당에도 당적을 갖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두고 무여(無與)정당이니 하는 등 정치사상 초유의 현상이 쏟아지는 혼돈에 처했다.
한나라당, 민주당, 통합신당, 자민련 등 4당 구도의 정치권이 또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도 궁금하다. 되도록이면 다당체제보다는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의 양당체제로 가기를 바라고 싶지만 아무래도 당장은 기대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쇠꼬리보단 닭머릴 선호하는 정치권의 군웅할거 심리에 겹친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둔 이해다툼이 언제나 정당통합의 장애가 됐던 병폐가 여전히 상존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통합이 아닌 연합 형식의 세규합은 다소간에 있을 것으로 보여 내년 총선 심판을 받기까지는 정치권이 요동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개혁신당이 표방하는 지역구도 타파, 투명한 정치개혁을 거부할 명분은 그 누구도 없다. 다만 이가 액면 그대로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은 말에 그친 수사적 정치에 기만 당한 국민적 체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합신당이 이의 신뢰를 어떻게 담보해 보일 것인지가 주목된다. 통합신당은 사실상의 여당으로 동지적 참여 외에도 해바라기성 정치권 관행에 비추어 많은 사람들이 권세따라 모여들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하지만 이같은 향일성(向日性)규합이 이 정권이 내세운 사회통합으로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잘못하다 가는 지역감정 구도, 사회계층 분열을 심화 시킨다는 비판이 가능한 점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자민련도 크게 반성해야 한다. 기득권에 안주하는 수구집단으로 보여서는 결코 장래가 있을 수 없다. 부단한 당내 쇄신, 자기 혁신이 요구된다. 4당 체제의 출범을 맞아 더 이상 인신공격 따위의 욕설정치는 삼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좀 더 큰 정치,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정책 대안을 보여야 한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는 당장 이의 시금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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