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에 대한민국 국회를 대표하여 다녀왔다. 협상은 결렬을 선언하고 끝났다. WTO 협상을 반대하는 세계 각국에서 모인 NGO들의 거센 시위가 협상기간 내내 계속되었고 한국에서 온 농민단체의 격렬한 시위도 있었다. 그리고 평생을 농민운동에 헌신해온 고 이경해 전한농연회장이 자결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고인의 죽음에 깊이 애도를 표한다.
고 이경해 회장의 죽음으로 현장상황이 몹시 어려웠지만 멕시코 정부에 요청해 평화적 시위를 보장하고 장례비용과 시신의 운구비용을 멕시코 정부가 부담해 주기로 하는 협조를 받을 수 있었다. 수고를 아끼지 않은 현지 외교관들의 노고에 감사한다.
칸쿤에 머무르는 동안은 무척이나 바쁜 일정을 보내야 했다. 국제의원연맹(IPU) 총회에 참석해 농산물 수출국과 수입국에 모두 공정한 협상을 할 것과 농업이 가지는 다양한 가치를 인정해 농업보호정책의 필요성이 협상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요지의 연설도 하고, 일본 의회대표단과 만나 WTO 협상에서 한국과 일본이 공조를 하자는 합의를 하기도 했다.
이번 협상에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협상에서 중요한 기초가 될 농업분야 의장을 맡은 조지여 싱가포르 외무장관의 각료선언문 초안에는 우리 정부가 주장하는 관세상한 설정 반대, 저율관세의무도입량(TRQ) 증량 반대가 관철되지 않았다. 우리 농업의 열악한 상황을 고려하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차후 WTO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2004년말 시한인 쌀재협상에서 개방을 최소화하는 것에 우리 농업의 사활이 걸려 있으므로 앞으로도 외교활동은 물론 정부에 대해서도 총력을 다하는 협상을 하도록 촉구하고 국회에서 필요한 도움도 주는 의정활동을 해나갈 생각이다. 또한 국내 농업대책을 농가소득 안정화, 농촌복지의 확충, 지역균형개발 차원의 농촌개발을 내용으로 튼실하게 세워나가도록 끊임없이 요구할 것이다.
멕시코에서 돌아오는 길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고 이경해 회장의 죽음과 앞으로 우리 농업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함께 태풍 ‘매미’로 인해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마음이 무겁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책임을 다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해본다.
/정장선.국회의원(평택 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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