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와 병사가 어울려 잡담하다 가도 성조기의 하기식이 시작되면 일제히 일어나 부동자세를 취한다. 이것이 양키문화의 특징이다. 국내의 어느 진보주의자는 태극기 하기식에서 부동의 자세를 취하는 것은 우상이라고 힐난한 적이 있었다.
서구사회에서는 공개된 공론에서는 의견 충돌이 심하다가도 일단 결론이 나면 승복하는 데 뒷 말이 없다. 국내사회는 공개된 공론에선 아무 말이 없다가 결론이 난데 대해 뒷 말이 많다. 불행히도 대체로 이런 경향이 있다.
국방부가 ‘사고예방 종합대책’을 실시한 이후 군의 병영 생활이 많이 달라지 긴 한 모양인 데 이상하게 달라진 것 같다. 고참이 신병을 ‘○이등병님’이라고 부를 지경인 게 맞다면 이는 ‘홍길동 군대’가 아닌 가 싶다. 오합지졸의 민병처럼 군기 빠진 군대를 일컬어 ‘홍길동 군대’라고 했다. 식사를 마친 식판 닦기야 누구나 신병이든 때가 있었으므로 신참이 돌아가며 하는 게 당연한데도 신참·고참할 것 없이 가위바위보로 정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고참이 총기 손질을 하라고 해도 ‘소대장님 지시가 아니면 안한다’며 거부하는 신병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도 고참이 방관하는 것은 잘 못하다 가는 영창 가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권과 인격을 존중해야 하는 데 이의가 있을 수는 없다. 가혹행위를 추방하는 데, 마다할 이유는 없다. 당연하다. 하지만 군대는 군 특유의 조직을 활성화시켜야 할 고유한 특성이 있다. 군인은 직업군인이든 병역 의무병이든 모두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놓은 국가 조직이다.
이러한 군 조직이 여느 사회의 직장보다 상하관계가 느슨해서는 제대로 된 통솔이 어렵다. 한국전쟁 땐 분대장까지 명령 불복종 부하에 대한 즉결처분권이 주어졌다. 지금도 물론 유사시엔 달라질 것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만약에 ‘○이등병님, 돌격 하십시오’해서 전투가 옳게 치러 질 것인 지 의문이다. 다 이러 진 않겠지만 나사 빠진 군대가 민주군대인 것은 아니다. 요즘의 민주군대에서 하기식 땐 어떤 자세를 취하는 지 궁금하다./임양은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