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이후 의료 수요자들이 늘 갖는 불안이 있다.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조제가 과연 일치하느냐는 의문을 떨쳐 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처방전에 적힌 품목이 없는 약은 유사 품목의 약으로 대체하여도 환자 등 수요자들은 알길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사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이로 인해 효험이 없는 의료가 처방의 잘 못인 지, 조제가 잘 못인 지 구분하기 힘들 때가 많다.
의약분업 자체는 인정할만 해도 이같은 역기능이 없지 않은 것은 앞으로 보완이 필요하다. 이에 겹쳐 함께 먹으면 상극이 되는 약화사고에 거의 무방비 상태라는 새로운 사실은 실로 충격이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의 이같은 조사는 지난 해 9월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약국에서 15일간 접수된 처방전에서 나타났다.
처방전 786만여건 중 미국의 약 사용 안전 기준치로 보아 닲절대 사용금지 위배가 5천500여건 닲사용금지 위배 5만9천여건 닲사용 주의가 23만여건에 이른다. 절대 사용금지의 상극 약을 복용하면 심장부정맥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것도 있다하니 약이 아니고 독을 복용하는 거나 다름이 없다. 이 조사 결과는 수도권에서 불과 15일간에 걸쳐 나온 것으로 미루어 전국적인 연간 피해가 상당 건수에 이르는 데도 그냥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약화사고는 선진국에서도 없는 건 아니다. 미국은 약화 사고로 인한 사망이 연간 10만여건, 일본은 1천여건이다. 문제는 국내에선 이에 대한 연구가 없어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는 데 있다.
궁금한 건 의사나 약사가 상극되는 약을 이토록 모르느냐는 것이지만, 수백가지가 되는 약의 약화 여부를 다 기억하기 어려울 거라는 짐작은 간다. 그래서 금기 약품을 시급히 제도적으로 공시하여야 할 책임이 정부 당국은 있다. 몸이 병든 것만도 서러운 데 잘 못된 금기약의 약화로 병이 더 악화되거나 심지어는 죽어도 뭣 때문인 지조차 몰라서는 국민보건에 정부의 책임을 다 한다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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