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말. 평양말

북의 교과서를 번역해 읽어야 할 정도로 남북간 언어가 갈수록 소통이 어려워 진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 남북어문교류위원회 조사) 자세한 내용은 얼마전 이 난에 보도된 바가 있다.

북측 사람들이 여기에 와서 돌아 보고는 ‘길거리에 웬 외래어 간판이 그리 많느냐’고들 흔히 핀잔 투로 말한다. 그들 말로는 주체 의식이 없다는 뜻이다.

외래어 간판이 많은 게 반성할 점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세평방 정리’, 소프라노를 ‘녀(여)성고음’이니 하는 평양 말은 세계 공통어에서 이탈되어 문제점이 없지않다. 폐쇄사회에서나 있을 법 한 일이다. 국내에서도 오래 전에 외래어를 없앤다 하여 축구 경기에서 프리킥을 ‘자유축’ 또는 ‘놓고차기’, 코너킥을 ‘구석차기’로 한동안 부르다가 아무래도 국제 공용어의 정서에 맞지않아 철폐한 적이 있다.

특히 북한의 정치 용어에는 함정이 많다. 가령 민족의 ‘자조공조’란 말은 미군 철수를 전제한 저들 방식의 고려연방제를 의미하는 정치 숙어로, 남쪽의 순수한 비정치적 민족 공조의 뜻과는 거리가 멀다. 이밖에도 많은 어휘의 이질화 가운데 또 하나 예를 들수 있는 것으로 ‘통신’을 들 수 있다. 우리측은 전화와 우편을 통신으로 보는 데 비해 북측은 라디오와 텔레비전 등 방송까지 포함하여 통신이라고 부르고 있다. 만일 앞으로 남북통신회담을 갖는다면 이런 어휘의 혼란부터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이다.

말은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다. 산하, 기후, 풍습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남측 말도 순수한 제주도 말은 알아 듣기가 어렵다. 사투리는 남북 간에 다 있기 마련이다. 사투리는 그 지방 특유의 토속이 담겨 어문학적 보존 가치가 또 있다.

하지만 남북의 언어 이질이 단순히 사투리 때문만이 아닌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저들의 말엔 조어가 허다하다. 북측은 평양 말을 표준어로 하고 있는데도 남측 표준어인 서울 말과 이질화된 평양 말이 분단 전보다 참으로 많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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