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원이 소관 부처와 관련되는 일을 ‘신문 보고 알았다’고 한다면 국정이 제대로 되어간다고 보기 어렵다. 윤덕홍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판교신도시 학원단지 조성 계획을 두고 국회 교육위 국감에서 이같이 말한 사실은 매우 놀랍다. 공교육을 해치는 대규모 학원단지만이 아니고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할 특수학교까지 집중화하려 한 건교부 계획에 이미 반대를 피력한 바가 있는 입장에서 윤 장관 역시 건교부 계획에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은 물론 다행이긴 하다.
그러나 국정 운영의 틀을 크게 보아 이토록 국무위원들 간에 손발이 맞지 않은 건교부 발표가 있어서는 결코 신뢰를 얻을 수가 없다. 두 부처의 실무진들과는 논의가 없지 않았던 것으로 미루어 윤 장관이 거짓말을 한다는 말도 있었으나, 어떻든 국무위원 수준의 타결은 있지 않았던 게 사실로 보인다.
정부 부처간의 이같은 혼선은 비단 이번에 그치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을 더 해 준다. 얼마전에는 예산부처와 협의가 없는 보건복지부의 저소득층대책이 발표됐다가 공전되는 등 국정의 혼선 폐해가 좀처럼 시정되지 않고 있다. 현대적 국정 추세는 어느 부처든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해가 갈수록이 유관부처가 많아지는 것은 국정 수요가 그만큼 다양 다변화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간에도 이토록 협의사항이 중첩된 마당에 가끔 청와대 비서진에서 재를 뿌려 국정의 신뢰를 떨어뜨리곤 하는 것도 유감이다. 국정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내각에 있다. 대통령에 대해 보좌 기능만을 갖는 수석비서관들이 내각 소관의 정책을 좌지우지 한다면 궤도 일탈이다. 정부조직법 어디에도 청와대 비서진이 각료가 집행하는 국정에 직접 간여할 수 있는 권한은 부여돼 있지 않다.
이같은 원인이 국무회의가 활성화되지 못한 데 기인한다는 판단을 갖는다.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한 정책을 심의하는 국무회의는 헌법 기구다. 국정의 기본계획과 정부의 일반정책 등 결정은 국무회의의 심의사항이 지 추인사항은 아니다. 이런데도 국무회의가 안건을 심의답게 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전 정권에선 한동안 국무위원들이 대통령 말을 받아쓰기에 바쁜 ‘필기장관’ 일색의 국무회의 분위기였다. 국무회의에서 국정의 정책심의가 이행되는 활성화가 이루어 져야 ‘신문 보고 알았다’는 국무위원이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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