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무원록(新註無寃錄)

법은 국가 공권력에 의한 사회생활의 강제 규범이다. 사회생활이 다양한 만큼 규범도 다양하다. 법 규범의 배경 또한 다채롭다. 이를 구명하는 학문이 법철학이다. 법 개념의 분석, 존립의 근거, 법 세계의 구조적 성격 문화적 가치 등 제반 법 현상을 고찰한다.

장차는 법철학 만이 아니고 윤리적, 논리적 고찰을 영역으로 하는 법윤리학, 법논리학 등 새로운 법 관련의 학문이 나올 전망이다.

이미 법 관련의 밀접한 학문으로 법의학이 있다. 의학을 기초로 하여 법률적으로 중요한 사실관계를 해석하고 감정하는 일종의 응용의학이다. 또 법의학에서 사인이나 방법 등을 규명하기 위하여 하는 해부엔 사법해부와 행정해부가 있다. 사법해부는 범죄와 관련된 것인데 비해 행정해부는 단순히 행정상의 목적으로 하여 범죄와는 무관하다. 대부분의 해부가 사법해부로 행정해부는 사실상 지극히 드물다.

법의학은 인류의 범죄와 병행하여 발달해 왔을 만큼 오래된 학문으로 혈액형 발견과 지문 감식의 개발은 과학수사에 획기적 기여를 하였다. 지금은 유전자 감식(DNA)으로 머리카락 하나만으로도 범인을 가려낼 수가 있다.

조선시대엔 변사자의 얼굴색이 청색이면 중독사나 질식사로 추정하는 등 여러가지 특이 정황에 따라 감별했다. 적자색 적흑색 담홍색 미적황색 청자색 등으로 구분하였다. 동사(凍死) 아사(餓死) 역사(轢死) 늑사(勒死) 등 창상이 없는 변사체 감정법도 있었다. 이를 수록한 책이 ‘신주무원록(新註無寃錄)으로 세종조(1440년)에 간행된 이후 1748년 증보판인 ‘증수 무원록’이 나왔다. 조선시대의 검시에 쓰인 법의학 전범이다. 책 이름부터가 죽은 사람의 원한이 없도록 한다는 뜻으로 ‘무원록’으로 한 게 공정수사 의지를 가늠케 한다.

서울대 규장각 책임연구원 김호씨가 원본을 번역하고 주석을 붙인 한글판 ‘신주무원록’이 간행됐다고 한다. 비록 고전이지만 현대 법의학에도 참고가 될만한 고전으로 생각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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