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에 출마하여 당선된 지자체장은 임기를 성실히 채워야할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 우리의 견해다. 헌법재판소의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53조3항에 대한 위헌 결정은 이 점을 간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지자체장이 상당한 임기만료 이전에 관할구역과 같거나 겹치는 지역구 국회의원에 출마하려 할 경우, 상응한 피선거권 등을 제한받는 것은 공무 담임권의 2중성 행사에 비추어 당연하다.
또 국회의원은 지자체장에 출마할 경우, 후보등록일 전까지 사퇴하도록 된 것과 비해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본 것은 현실성을 외면한 탁상 논리다. 국회의원은 지자체장 선거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없지만, 지자체장은 국회의원 선거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현실적 지위다. 선거법이 정한 사전선거운동 제한에 따른 지자체장의 국회의원 사전선거 운동을 실적 홍보 등 소극적으로 판단한 것 또한 오류다. 행정권을 쥔 지자체장은 행정을 빙자하여 각종 조직을 동원할 수 있다. 실제로 무슨 선거동향 보고서를 작성케한 사례가 없지 않다.
선거일 180일 전 사퇴는 지방행정 공백의 장기화를 유발한다는 판단엔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부작용이 선거부정의 역기능이다. 공명선거의 순기능을 위해 적극적 음성행위인 지자체장의 관권동원 등 사전선거운동을 상당기간 미리 방어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마땅하다. 이를 일반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60일 전에 사퇴케 해서는 방어 효과가 있다할 수 없다. 헌재 논거는 의학의 학설이 이론상으로는 제 아무리 뛰어나도 실제로 임상에 맞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는 비유를 연상케 해 실정법의 목적성을 망각했다.
헌재 결정으로 지금 같아서는 내년 총선에 나오려는 지자체장들은 60일 전 사퇴 적용의 유리한 환경을 지녀 사전선거운동의 우려가 더욱 높아졌다. 선거법상 이달을 넘겨 사퇴하면 내년 6월, 이달 안에 사퇴하면 오는 10월말에 보궐선거를 치르게 되므으로 사퇴에 도덕성의 차이를 놓고 번민하던 도의적 고민도 사실상 희박하게 됐다.
그러나 어떻든 헌재 결정은 기속력을 갖는다. 결정 내용의 주문은 선거일 180일 전 사퇴 시한이 지나치다고 본 것이므로 180일 안으로는 160일이든 150일이든 재조정만 하면 된다. 따라서 국회의 대응이 주목된다. 개정된 선거법으로 내년 총선을 치르자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중지를 모아 처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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