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改詞

한 나라가 지향하는 이념을 리듬에 실어 노랫말로 표현한 것이 ‘국가(國歌)’다. 애국심이 담겨 있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프랑스의 국가 ‘라마르세예즈’는 프랑스 혁명의 이념을 수구적인 오스트리아의 공격에서 지켜내려고 나선 마르세유 의용군의 노래에서 유래했다.

독일의 국가 ‘독일인의 노래’도 수백개의 영주국으로 분류된 국가를 통일시키고 인권과 자유를 실현하려는 정신에서 1841년 팔러스레벤이 지었다. “통일과 인권과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우리 모두 형제처럼 한 마음 한 뜻으로 나서자. 통일과 인권과 자유야말로 우리의 행복의 바탕이니”라고 외치고 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한국 국가의 1절이다. 동해물이 마르고 백두산이 닳아질 리야 없겠으나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이라는 가사는 많은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다른 생각을 해 왔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아 없어지면 한반도만이 아니라 지구도 멸망한다. 그런 일은 없을테니 영원히“철갑을 두른 남산의 소나무 같은 기상”을 갖고 “가을 하늘 밝은 달과 같은 일편단심”으로 “충성을 다해 나라를 사랑하자”는 것이 애국가의 요지다.

4절까지의 후렴도 “(하느님이 보우하시는 가운데)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다.

국민이 애국심을 가져야 함은 당연하다. 마음만으로가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애국해야 한다. 조국에 충성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애국가’에는 애국심만 주입시키고 있다. 국가와 국민이 추구해야 할 보편적 이념이 없다.

텔레비전 방송을 시작할 때도 끝날 때도 ‘애국가’가 장엄하게 방영된다. 학교 입학식, 졸업식, 군대 입대식, 전역식 등 모든 행사 때마다 애국가를 제창한다. 그러나 요즘은 행사장에서 사회자가 “애국가는 1절만 불러 주시기 바랍니다”라거나 “애국가는 생략 하겠습니다”라고 말 해도 별탈이 없다.

안익태 선생이 작곡한 ‘애국가’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애국가 곡에 맞춰 새로운 가사를 붙였으면 어떨까 싶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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