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민주당 탈당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은 예정된 수순이다. 다만 다소 앞당겨진 것은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에 대한 국회 동의안 부결의 충격 때문으로 보아진다. 그간 신당 지지발언의 민주당 수모, 동의안 부결의 대통령 수모를 서로 주고 받은 처지에서 대통령이 민주당 당적을 그대로 보유한다는 게 지극히 자연스럽지 못한 건 사실이다. 이로써 노 대통령은 헌정사상 당선된 당적을 집권 초기에 일탈하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다.

이제부턴 대국회 관련의 국정 현안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 지가 문제다. 현안마다 각 당에 협조를 구할 것이라는 청와대측 표명의 기존 입장은 원론적 방편이다. 국민에게 직접 입장을 밝혀 각 당의 지지를 유도하겠다는 것도 기본적 논리다. 우당(友?)인 통합신당의 원내 의석이 열세인 처지에서 국회의 협조를 얻는 길은 오직 정도를 걷는 길 뿐이다. 예컨대 감사원장 후보 재지명을 국회가 부결시켰으므로 발목잡기가 어떤가 한번 맛보라는 식으로 우정 늦추는 것은 오기 싸움밖에 안된다.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서 더러 이런 오기를 발견케하는 것은 국정 안정을 위해 유감이다.

국민은 이런 소모적 정치 양상에 지칠대로 지쳤다. 비생산적 정치공세 행태에 염증을 느낄대로 느껴 이젠 혐오감을 갖는다. 정치권도 당연히 달라져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먼저 대통령의 변화가 절실하다. 국민에게 좀 더 안정감을 주고 신뢰감을 주는 이런 모습의 대통령을 국민들은 원한다. 대통령의 지지도가 왜 나락으로 떨어지는 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이는 국회 때문도 아니고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또는 자민련 때문도 아니다. 그 책임은 바로 대통령 자신에게 귀납된다.

국민은 대통령을 탓하길 좋아하지 않는다. 욕하는 대통령을 갖는 국민은 불행하고, 칭찬하는 대통령을 갖는 국민은 다행하기 때문이다. 오욕의 협량에서 벗어나 대해를 포용할 줄 아는 큰 대통령다운 강력한 리더십 발휘를 바라고자 한다. 개혁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혁의 실체가 허황해서는 이 또한 반개혁이다. 모든 국정 과제를 경제와 민생에 초점을 맞추어 이끌면서 대통령의 노력이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 노력이 있기를 기대한다. 이것이 무당(無?) 대통령이 성공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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