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교수를 이렇게 본다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뮌스터大)의 유신체제 저항은 인정한다. 그러나 유신독재에 항거할 정도의 학자적 양식을 지닌 이가 북의 김일성 수령론을 중심으로 하는 족벌 독재는 왜 인정했는지를 알 수가 없다. 송 교수가 노동당에 가입하고 북의 공안 당국이 요구한 ‘김철수’란 가명을 사용하면서 수시로 평양을 왕래하였다면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평양 정권에 동조했다는 해석이 불가피하다. 노동당 정치국의 후보위원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한 것으로 알려져 굳이 후보위원 직함은 제쳐두고서라도, 평양 정권의 속성상 송 교수를 여러 모로 이용했을 것이라는 짐작은 능히 가능하다.

그러나 여기서 국내 실정법상의 위반 혐의에 대해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는 말하고 싶진 않다. 이는 전적으로 사법 당국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기 때문이다. 또 관대한 처분이 내려진다 하여도 굳이 반대하고자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송 교수의 양식이 무엇인가는 묻고 싶다. 남북의 체제, 그리고 민중생활에 송 교수는 어느 해외 인사보다 더 우열을 정확하게 가릴 줄 아는 입장에 있다. 그렇다면 친북활동 도중이라도 과감히 생각을 바꾸는 용기를 갖는 것이 학자적 양식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런데도 친북노선을 고집한 이유가 뭣인지를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기왕 평양에서는 환대받고 서울에서는 조사받는 입장이 되었기 때문에 그랬다고 한다면 범부와 다름이 없어 학자적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송 교수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심포지엄에 기조 발제하기로 된 일정을 취소하고 숙소에서 상념에 잠긴 심정 또한 이해하고자 하는데 인색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옛날 아무런 의미없이 했던 행동이 문제가 된다면 더 이상 (노동)당원이 아니다”라고 밝힌 것만으로는 설득력이 없다. 친북활동을 아무런 의미없이 했다는 말로는 누가 들어도 설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송 교수에게 바라는 것은 법률적 제재보다 양식에서 우러 나오는 친북 행적의 진심 어린 고해다. 만약 이마저 주저한다면 그는 서울을 떠나 다시는 돌아올 생각을 말아야 한다. 가능하면 송 교수가 이 기회에 바로 서기를 바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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