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의 아침/국정감사, 그 사후관리

29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가 실시됐다.

지난 88년 이후 한해도 빠지지 않고 국감현장을 지켜봤던 기자의 시각으로 과거 80년대 국정감사는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비리나 의혹을 무조건적으로 까발리는 ‘폭로 국감’이었고 90년대는 이같은 폭로에 당리당략적인 요소가 가미돼 ‘정치 국감’의 성향이 강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시민단체들의 감시활동 강화와 국감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한층 강화되면서 미흡하긴하지만 ‘대안’이 제시되는 모습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이날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질문시간 10분, 보충질의 5분으로 한정된 짧은 시간으로 인해 일각에서는 ‘싱거운 국감’, ‘내용없는 국감’이라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그래도 의원들의 입을 통해 거론된 사안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도출된 문제들의 해답을 국정에서 찾으려는 노력이 엿보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우선 수도권 역차별 문제를 놓고 벌인 도내 출신 의원들과 타 지역 출신의원들간의 논란은 이 문제 자체가 지방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진정 국정과제로 심도있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다시한번 상기시켰고 경기도의 분도 문제 역시, 이제는 공론화해 정부차원에서 도민들의 의견을 파악하는 등 실질적인 국정과제가 되어야 한다는데 동감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주한미군의 이전에 따른 평택 평화도시개발과 관련한 사업도 경기도로서는 국정과제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이밖에 제기된 소방공무원의 부족 등 대부분의 문제들도 국정으로 다루어져야 할 사항이라는데 이견을 달고 싶지 않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한 의원의 말처럼 “1년 동안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때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시기가 없는 만큼 무조건 한마디라도 해야 체면이 서고 언론에서도 관심을 가져줄 것 아니냐”는 식의 무책임한 국감이나 정무위에서 “집에 가도 되나. 국감이 아니라 코미디”라는 강금원 창신섬유 대표의 말처럼 내용없는 국정감사는 안된다.

의원들이 국정감사를 하는 이유는 그동안 추진해 왔던 국정의 문제점을 면밀히 점검해 다음해 국정에서는 이에 대한 대안을 찾고 이와 관련된 예산들을 적정하게 배분, 국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경기도에서 의원들 스스로 제기했던 문제에 대해서는 의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국정감사를 하면서 수많은 지적사항을 양산해 낸 의원들이 정작 자신들이 제기했던 문제들에 대해 ‘현장발언 이었다’는 식으로 사후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이 역시 ‘국감은 왜하나’하는 식의 과거 국감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벌써부터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감 이후 실시될 예산심의를 두고 내년 총선을 대비, 지역구 챙기기를 위한 나눠먹기식 예산편성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역감사에서 파악한 문제점을 자신의 선거와 연계시키는 전횡이 재현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위해 경기도민들은 경기도에서 의원들이 국감을 통해 제기한 문제들을 예산심의와 정부 종합감사에 반영하기위해 어떤 노력들을 기울이는 지를 지켜 봐야 한다.

도민들의 관심은 의원들이 두려워 하는 내년 총선에서 선택의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일형.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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