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서예 등 작품 위작(僞作)은 동·서양이나 예나 지금이나 항상 골칫거리다. 대가의 작품일수록 위작을 선호한다. 문화재 역시 위작의 대상이다. 문화재 모조품은 오히려 진품보다 정교한 게 있다. 전문가들도 진위를 가리기 어려운 가짜가 있다. 신라 왕의 능을 도굴하여 경주경찰서에 붙잡힌 도굴범이 도자기를 가리키며 “이것도 도굴한 것이냐?”는 경찰관의 신문에 “내가 만든 모조품”이라면서 “누구라고 하면 다 알만한 전문가에게 보여 주니까 보물급 진품이라고 말하더라”며 가짜 문화재 만드는 솜씨 자랑까지 한 적이 있다. 그 가짜 전문꾼은 흙 속에 오래 묻힌 천년의 티가 나도록 하기 위해 하수구를 연결한 땅 속에 묻어두는 비법을 너스레를 떨며 말 하기도 했다.
KBS-1TV ‘TV 진품 명품’은 시청자들이 소장한 것을 출품하는 갖가지 서화나 골동품을 감정하는 이색 프로그램이다. 게스트로 나오는 연예인 등이 어림잡아 전문가의 최종 감정가격을 예시하는 추정가격이 크게 높거나 낮게 빗나가는 의외성이 이 프로그램의 흥미를 유발하는 초점이 된다.
비록 이렇긴 해도 무려 7억원의 감정가격이 매겨진 고려청자가 한 달만에 모조품으로 밝혀져 지난 일요일 방영된 프로그램에서 재감정 과정이 소개된 건 해프닝이다. 지난 달 29일 녹화에서 진품의 ‘청자상감동채운학문매병’으로 감정했던 이 청자가 아무래도 미심쩍어 X-레이 촬영 등으로 다시 정밀감정을 한 결과 가짜로 판명됐다는 것이다. 그래도 감정위원들이 재감정에 나서 결국 위작을 가려냈으니 가까스로 체면은 선 셈이다.
문화재 모조품은 수년 전 도내 박물관에서도 상당 수가 드러나 구입 경로를 놓고 말썽이 된 적이 있었다. 골동품 등은 비지정 문화재이긴 하나 세월이 흐를 수록이 희귀가치가 더 하므로 이런 저런 가짜가 나온다. 문제의 가짜 청자는 중국산 모조품이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이 홍수를 이루다 못해 이젠 가짜 청자까지 유입되는 모양이다./임양은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