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선수(27·삼성)의 시즌 56호 홈런, 이 프로야구 아시아 신기록은 한·일 두 나라 주축의 기록이긴 하나 39년만에 이룬 위업이다. 20여년 연륜의 국내 프로야구가 40여년 전통의 일본 프로야구 대기록을 추월하였다. 지난 2일 밤 대구구장서 가진 프로야구 정규리그 롯데와의 최종전 첫타석 2회말, 마침내 터져 가운데 담장을 장쾌하게 넘기는 120m 솔로 홈런은 55호 홈런 타이기록을 세운지 꼬박 1주일의 침묵을 깬 극적인 순간이었다.
이는 철저한 프로의식의 결실이다. 신기록 달성 염원의 강박 관념에 쫓긴 이승엽 선수는 “잠 자다가 가위에 눌리기도 했다”고 그의 부인 이송정씨는 전했다. 남들은 당연히 신기록 홈런을 쳐낼 것으로 믿고 있지만, 막상 당자는 그같은 기대가 크면 클 수록이 온 몸을 짓누르는 부담감으로 시달려야 했다. 이런 가운데 타석에서 보여준 초인적 침착성은 뛰어난 프로 근성을 가졌으므로 인해 가능하였다. 자신의 체격 및 체력을 바탕으로 하는 기량이 곧 관중들에게 평가받는 고가 상품이라는 직업의식의 자기관리가 또한 주효한 것이다.
야구를 흔히 개인경기로 보는 것은 개인기록의 가짓 수가 특히 많아 그렇게 여겨질뿐 경기 자체는 다른 단체경기 못지않게 철저한 팀 워크를 이뤄야 하는 경기다. 이승엽 선수의 아시아 신기록 수립은 스포츠의 냉엄한 승부 세계 속에서 경쟁과 화합을 잘 도모한 팀의 단결력으로도 보아진다.
비록 대기록을 내주긴 하였으나 프로 2년차의 롯데 투수 이정민 선수(24)의 배짱있는 투구 또한 평가할만 하다. “자신있게 던진 공에 홈런을 얻어 맞았으므로 미련은 없다”라고 말한 대범함에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홈런 레이스에서 이승엽 선수를 한동안 바짝 추격하며 경합을 벌이다가 53호 홈런에 머문 현대 강타자 심정수 선수(28)는 이면의 공로자다.
대박꿈의 56호 홈런공을 잡기위한 수천·수만명의 뜰채 군단이 전국에서 이동하며 몰린 가운데, 막상 행운의 주인공은 삼성구단 이벤트 대행업체 팀이 차지한 것은 기이하다. 홈런공을 구단에 기증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답다. 삼성라이온즈역사관에 전시되어 누구든 언제나 볼 수 있는 모든 야구팬의 기념비적 홈런공이 될 것을 기대한다.
이승엽 선수의 미래는 이제 또 새로운 시작이다.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며 더욱 큰 꿈을 펼치길 바라는 국민적 여망의 정진에 소홀함이 없기를 당부하고자 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