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중앙통신이 주장한 8천여개 폐연료봉 재처리는 핵 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추출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를 인용한 이같은 보도에 미국은 우려속에 의문을 표명하고 중국이나 러시아 역시 회의적이긴 하다. 그러나 6자회담 추진에 비교적 냉담해온 북측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또 협박을 일삼는 것은 이유가 없지않아 보인다. 언젠가는 있을 6자회담 속개에 대비, 북·미불가침조약 등 그들이 주장해온 선 요구 조건의 관철을 압박하려는 것은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만은 아니다. 이라크 추가 파병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 또한 다분하다. 저들은 앞서 파병을 비난한 바가 있다. 이유는 또 있다. 자신들의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송두율씨에 대한 국정원 조사에 불편한 심기를 노출한 것으로 감지된다. 대남 공작에 주요 역할을 해온 송씨가 이번 서울 방문에서 또 어떤 소임이 있었는 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민주화 인사로만 대접받을 줄 알았던 자기네 사람이 의외로 사법처리 위기에 처한 덴 충격이 없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송씨 문제에 북측의 직접적인 표명이 있을 것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하겠다. 잘못 관심을 나타내선 이미 밝혀낸 이적성 혐의 내용을 시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섣불리 나설 수도 없는 게 저들의 입장이다. 그래서 기존의 의미와 함께 송씨 문제와 관련한 불쾌한 심기를 복합적으로 드러낸 게 또 한번의 벼랑끝 전술인 것으로 능히 관측된다.
북은 핵이 없다고도 했다. 그래놓고 또 있다고도 했다. 심지어는 ‘미국과 핵 전쟁을 벌여봐야 안다’는 말을 북측 고위층이 공공연히 한 적이 있다. 없는 핵무기를 굳이 있다고 우긴다던 저들이 이제 핵을 들어 위협하는 상투적 수단은 담담타타(談談打打)와 허허실실 전법이다. 그러나 그같은 주장이 국제사회에 통하는 덴 한계가 있다. 이미 한계에 와 있다. 더 이상의 무모한 주장은 재앙을 불러들일 수가 있다. 진솔하게 나오는 게 중국이나 러시아도 더 유익하다고 보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말마다 끌려가서는 한량이 없다.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북측의 재처리 완료 발언에 대해 묵묵히 관련 정보만을 재평가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은 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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