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의 아침/도청, 獅子身中蟲의 愚를 범하지 말길

9월을 보내고 10월을 맞는 경기도청에 괴이한 소문들이 나돌고 있어 여간 염려스럽지 않다. 소문은 몇몇 실·국장들과 관련된 것으로 하나같이 음해(陰害)에 가까운 내용들이다.

‘ 무슨 인·허가 건과 관련돼 내사를 받고 있으니, 특정업체의 편의를 봐주고 금전적 도움을 받고 있느니’ 하는 것들이다. 물론 사실확인은 전혀 되지도 않은 것들이며, 어쩌면 할 수도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사법기관에서 흘러나온 얘기니’, ‘청내에서 제보가 있었느니’하는 등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자신중충(獅子身中蟲·사자가 죽어서 시체로 변하더라도 다른 짐승들은 두려워 가까이 가지 못하여 그 시체를 먹이로 먹지 못하고 있는데 스스로 시체속에서 벌레가 생겨 이를 먹어치워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한다)의 양태를 보이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다.

사회가 그동안 과도한 경쟁과 조직원의 실적위주의 평가로 날로 삭막해 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청은 전부는 아니겠지만 여전히 선후배간의 질서가 나름대로 존재하고 위사람에 대한 존경심도 살아있으며 동료간의 우애와 상부상조의 아름다운 모습이 곳곳에서 표출되는 안정된 조직으로 그 면모를 과시해 왔다.

그런데 그 면모를 스스로 내부에서 서서히 소멸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물론 소문이 사실이라면 당연이 법대로 처리돼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또 상급자들이 그런 행태를 보였다면 밑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는 것이 지당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들은 그 실체가 확인됐을 때의 일이다. 단지 ‘카더라’론으로 특정인을 매도하거나 그의 위상에 손상을 가해서는 안된다. 공직에 수십년간 몸담았던 개개인의 위상을 ‘카더라’는 입소문으로 훼손할 경우, 이해당사자의 가슴 밀려오는 공허감과 배신감은 어떨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특히 이런 식의 입소문들이 도청이라는 거대 공룡조직에 얼마나 많은 갈등요인이 될 수 있는 지도 곱씹어 보아야 한다. 확인되지 않는 마타도어는 결국 공무원조직 스스로를 파괴하는 ‘충(蟲)’에 불과함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악의적인 소문이 나도는 것인지에 대해 손학규 지사를 비롯한 도청 수뇌부들은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인사(人事)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었다. “민선3기 1년을 맞아 전국의 각 시·도가 1년간의 평가와 단체장의 색채에 따라 인사를 단행했는데 유독 경기도만이 그 시기를 놓쳤다”는 이 공무원은 “그러다 보니 가뜩이나 인사요인이 없는 상태에서 윗물이 고여 곳곳에서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징조”라고 말했다.

‘인사가 만사’가 되기위해서는 사람만 적재적소에 잘 쓰는 판단뿐 아니라 적기에 인력을 순환시키는 결단도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분석인 것 같다. 대부분의 도청 공무원들이 현재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언제쯤 인사를 하느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사를 서둘러 하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최소한 수뇌부들이 입소문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그 원인을 찾는데보다 눈과 귀를 기울여 주는 자세를 보여줘야 할 때라는 것만은 강조하고 싶다.

/정일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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