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한글날을 다시 국경일로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이라는 칭송과 함께 우리나라의 상징인 한글이 올해로 반포된지 557년이 지났다.

한글은 언어학 또는 음성학적으로 그 우수함이 밝혀진 대한민국 최고의 보물 중의 보물이자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세계적인 문화 유산 중의 하나이다. 세계의 숱한 문자 중에서 만든 날짜와 만든 이, 그리고 만든 이유가 뚜렷이 밝혀진 문자는 한글이 유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공 정부에서 공휴일이 많다고 일부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한글날을 일반기념일로 격하시켜 버렸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결정이자 중대한 실수이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하게되면 생산성을 감퇴시키고 경제적 낭비를 초래하는 공휴일이 많아져서 국가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데 과연 그런가? 오히려 우리는 떳떳하고 자신있게 자랑할 문화유산인 한글의 가치를 모르고 이토록 홀대하고 푸대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심지어 몇몇 지식인들은 “한글로는 심도 있는 연구 논문을 쓰는데 한계가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하는 것도 보았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자 스스로 문화적 야만성을 인정하는 꼴임을 그들은 왜 모를까.

과거 유태인들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언어가 국민의 정신적 유대를 가능하게 하고 민족적 전통을 유지시킨다는 평범한 진리를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일제가 한글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도, 한글학회가 필사적으로 한글을 지키려고 했던 것도 바로 이런 때문이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만큼 한글의 오염도 심각하다. 한글의 오염은 우리 정신의 오염으로 이어지므로 한글을 정화시키고 한글의 중요성을 자손대대 부각시켜야 한다. 국경일을 하루 축소함으로써 얻게 되는 경제적 이익(?)보다 훨씬 큰 문화적·정신적 손실을 방지하고 막아야만 한다.

주시경 선생은 “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린다”고 했다. 말과 글이 병들고 오염되면 그 말과 글을 쓰는 언중의 정신도 피폐해지게 마련이며 썩은 정신으로 위대한 문명을 이룬 민족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더 이상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말고 우리글인 한글과 우리나라의 번영을 위해서라도 한글날은 당장에라도 국경일이 되어야 한다. 우리 글 한글을 아끼고 사랑하자.

/심재철 국회의원(한나라.안양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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