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경연대회

국악경연대회에서 입상대가로 심사위원에게 거액의 뒷돈이 거래됐다는 소식은 유감천만이다. 서예계에서 심사위원이 ‘대필(代筆)’을 해준 대가로 출품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사건이 터져 실망이 컸는데 국악대회마저 ‘검은 고리’가 드러났다. 국악대회 참가자들이 입상을 하기 위해 심사위원들에게 수십만 ~ 수천만원의 사례금을 ‘후불제’로 내놨다니 그동안의 실상이 한눈에 보인다. 한 예로 A씨의 경우 1998년 11월 광주광역시가 주최한 국악대전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대회가 끝난 뒤 대통령상 수상자로부터 자그마치 2천만원을 건네 받았다고 한다.

문제점은 국악대회 참가자들에게도 적지 않다. 심사위원들에게 입상을 대가로 어느 정도 ‘인사’를 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기 때문이다. 더구나 받는 사람도 이를 뇌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동안 전국에서 열리는 국악대회의 절반 정도가 심사위원들의 담합과 뒷돈 거래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었다. 특히 판소리의 경우 ‘대통령상 = 명창’이라는 공식이 일반화해 금품 로비가 더욱 치열했다.

국악대회의 심사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국악대회가 전통문화 보전이라는 취지에서 벗어나 계파간 전승 세력 확보와 국악인으로서 ‘상품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

국악대회 대상만 타게 되면 지명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문하생이 많아져 학원 운영이 잘돼 생활하는 데 걱정이 없어진다. 예술보다 생존이 먼저라면 참가자들이 수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수가 없다.

현재 문화관광부의 시상 지원 대상 국악대회만 79개다. 이 중 대통령상이 주어지는 대회가 19개다. 국악대회 난립에 따른 심사비리가 끊이지 않자 지원대상 대회를 지난해 104개에서 18개로 대폭 줄였으나 대회 주관 단체 등의 거센 반발로 다시 늘렸다.

돈을 주고 상을 타려는 참가자도 문제지만 심사위원의 공정성, 도덕성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인간문화재라는 사람이 대통령상을 받게 해주겠다며 2천만원, 1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데 5년 전의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부인했다고 한다. ‘받은 사실이 없다’가 아니라 ‘기억이 안난다’니 정치판을 닮아가는 모양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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