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엊그제 노무현 대통령에게 중요한 것은 코드인사 및 측근비리 척결, 민생 챙기기 등 국정쇄신의 의지이 지, 재신임을 묻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래서 재신임 문제 제기가 철회되기 바랐으나 기정사실화 한 마당엔 시기와 방법을 두고 고민해야 할 단계가 됐다.
이에 대통령은 국민투표를 염두에 둔 것으로 시사한 것은 우리 역시 국민투표의 준용만이 그래도 순리라고 밝힌 바가 있어 동의한다. 대통령의 재신임을 묻는 게 국민투표의 대상이 아니라는 일부의 부정적 견해는 법리상 지나치게 협의의 해석이라는 판단을 갖는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굳이 재신임을 묻겠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문제이 지, 법률적인 문제가 아님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러므로 국민투표의 결과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점을 우려하는 것 역시 문제의 본질을 잘못 혼돈하는 소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표결을 통해 진퇴를 건 국민과의 정치적 약속은 역시 정치적 규제력이 지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투표법을 보완 개정하거나 따로 특별법을 만드는 방안은 반대한다. 대통령의 임기 중 재신임 묻기는 노 대통령이 자청한 이번 한번의 정치행위로 끝나야 한다. 이번 한번을 위해 국민투표법을 보완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하는 건 대통령 소환을 사실상 법제화하는 것으로 장차 헌정 불안의 불씨로 남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년 총선 평가를 기준하는 것도 방법이 아니다. 당장 노 대통령은 정당을 가늠할 당적도 없거니와 나라의 안정을 위해 이 문제를 조속히 매듭지어야 하므로 내년 4월 총선까지 ‘재신임 정국’을 마냥 끌고 갈 수는 없다. 사리가 이러다 보니 국민투표법을 준용하는 것으로 안된다면 재신임 묻기는 결국 불가능하게 된다. 만약 일이 이렇게 되어 재신임 문제 발언의 실현이 불가능 해지면, 발설 자체가 자연 소멸될 것을 계산한 암수라는 말도 들을 수가 있다.
헌법은 대통령이 부의할 수 있는 국민투표 대상으로 외교·국방·통일 등을 열거하고 있으나 또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제기한 재신임 필요의 심각성 정황이 포괄적 위임의 기타에 해당한다는 판단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믿어 대통령은 이른 시일 안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 실시를 공고해야 할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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