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 가운데서 말한 재독학자 송두율씨의 포용 언급은 두가지 점에서 심히 당치않다.
첫째, “분단시대의 극단적 대결구도 속에서 만들어진 법과 상황에서 거론되고 있다”는 대통령의 관점은 정치적 판단이지 법률적 판단은 아니다. 송씨가 피의자 조사를 받고있는 검찰 수사는 법률적 판단이다. 검찰이 대통령의 생각과 같은 정치적 판단에 따를 이유도 없고 대통령이 강요해서도 안된다. 만약 굳이 강요한다면 직권남용이 된다.
대통령은 “세상은 많이 바뀌고 있다”고 했지만 바뀌지 않은 것도 많다. 평양 정권이 송씨문제에 ‘남북 대결’을 강력히 시사한 것은 부당한 내정 간섭이다. 절대 불변의 대남 전략에 무한 가변의 대남 전술을 구사하는 저들이다. 불변의 전략을 위한 전술적 변화가 근본적 전략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송씨는 조금도 뉘우침이 없는 평양 정권의 이념적 충복이다. 학자적 양심이 의심되는 말 바꾸기 궤변으로 한국사회를 농락하는 그에게 관용의 가치가 있다고는 판단되지 않는다. 처음엔 우리도 당국이 선처해도 이의가 없다는 생각을 가졌던 게 크게 달라지게 된 것은 전적으로 송씨 자신의 책임이다. 이런 위인에게 관용을 베푸는 것은 대통령 말대로 “한국사회의 폭과 여유와 포용력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냉소를 사기가 십상이다.
둘째, 검찰수사가 구속 기소로 잠정결론을 내린 것은 그만큼 사안이 무거운 혐의 사실이 많이 포착됐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 이러한 시점에서 대통령이 우정 포용을 언급한 것은 다분한 영향력 행사다. 검찰수사에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는 종전의 말과는 전혀 반대로 가는 언행이다.
대통령은 문제의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대한 비리 수사는 자신이 미리 말해 앞질러 가는 게 적절치 않다며 해명을 함구하고 있다. 이러면서 송씨 문제에 난데없이 관용을 말한 것은 최씨 수사에 간접적 영향력 행사로까지 보는 세간의 관측이 나온 것은 실로 유감이다.
심히 적절치 않은 대통령의 발언 장소가 국회인 것은 더 더욱 온당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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