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의 아침/노 대통령, 승부사로 남을 수 있을까

노무현 대통령은 과연 정면돌파형 승부사가 될 것인가?

노 대통령은 지난 10일 전격적인 ‘재신임’을 발표한 뒤 13일에는 2004년도 예산안 시정설명을 통해 오는12월15일을 재신임을 위한 국민투표일로 제안, 온 나라안을 시끌하게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밝힌 재신임 사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측근들의 도덕성’ 문제다. 즉 믿었던 측근들이 비리에 얽매이면서 노 대통령이 나름대로 자신해 왔던 정권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져 더 이상 국민들의 신뢰속에 국정운영을 하기 어려운 만큼 이 부분을 중심으로 재신임 여부를 묻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재신임 논란속에서도 이 같은 노 대통령의 설명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가정에서 잘못된 자식이 나오면 우선 가장은 그 잘못을 타이르고 그래도 안고쳐 지면 몽둥이까지 서슴없이 든다. 그래도 안되면 아예 호적을 파내 버리는 이도 있다. 즉 ‘가장이 가정을 이끌 능력이 있느냐’를 스스로 비판하기 전에 잘못된 가족을 바로잡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노 대통령은 재신임 발표에 앞서 측근들에 대한 단호한 결별을 선언하는 결단을 먼저 내렸어야 했다는 지적에 설득력이 있다.

이와함께 국정 책임자로서 재신임 발표에 앞서 ‘과연 진지하게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을 성찰 해 보았느냐’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일각에서는 일부 보수세력들이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느니, 집권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초년병이니, 청와대 길들이기니 하는 등 여러가지 국정운영상의 걸림돌이 될 만한 지적들이 제기돼 왔으나 이와함께 ‘진정으로 국정을 수행할 능력을 배양하고 이에 대한 노력을 쉼없이 기울였는지’ 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었던 국민들 중에는 ‘재신임이 아니라 우선 국정의 재검증이 됐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하튼 이제는 이렇게 제기된 지적들에 대해 되돌려 생각할 기회조차 없다. 어차피 재신임을 발표한 마당이니 말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밝힌 12월15일까지는 아직도 두달이 남아있다. 작금의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재신임을 지지하지만 그 이유는 국정 혼란 우려 때문이라는 시각이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 기간 안에 더이상의 국정 오류나 측근들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재신임이라는 빅카드를 던진 노 대통령의 폭탄선언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몰라도 설령 재신임을 받지못해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물러날 지라도, 자신의 별명인 ‘승부사’의 면모를 마지막까지 간직하기위해서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큼은 잃지 말아야 한다.

작금 우리나라는 국내·외적으로 봉착하고 있는 각종 현안 등으로 이 두달간의 시간조차도 참으로 소중히 아껴써야 할 형편이다. 재신임을 둘러싼 정쟁과 공방만을 벌이다가는 어쩌면 1년을 들여도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을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명심해 주길 바란다. 진정한 승부사는 승패에 연연하기보다는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 그 자체이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기 때문이다.

/정일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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