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경(烟經)

‘연경’은 조선후기의 담배 경작법, 담배의 원산지와 전래 경로, 담배를 쌓고 자르는 법, 담배와 관련된 도구, 담배 문화 등을 서술한 이를테면 ‘담배 백과사전’이다. 19세기 문인 이옥(李鈺)의 저서다. 담배를 통해 조선 후기 시정 생활도 생생히 그렸다.

“어린 아이가 한 길 되는 담뱃대를 입에 문 채 서서 피우다가, 가끔씩 이 사이로 침을 뱉는다. 가증스러운 놈!” “규방의 다홍치마를 입은 부인이 낭군을 마주한 채 유유자적 담배를 피운다. 부끄럽다.” “젊은 계집종이 부뚜막에 걸터 앉아 안개를 토해내듯 담배를 피워댄다.” “패랭이 쓴 거지가 지팡이 같은 담뱃대를 들고서, 길 가는 사람 가로 막고 담배 한대를 달랜다. 겁나는 놈이다.” 담배 피우는 것이 미워질 때의 상황을 묘사한 내용이다.

담배가 맛있을 때의 5가지 상황도 정해 놓았다. “글 읽기를 오래 해서 목구멍이 탈 때 피우면 달기가 엿과 같다.” “대궐에서 임금님을 모시다 퇴궐하자마자 담배를 피우면 오장육부가 향기롭다” “겨울 밤 첫 닭 울음소리에 잠이 깨어 이불 속에서 한대 피우는 담배맛은 봄이 피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흡연을 금하는 경우는 16가지를 규정했다. “어른 앞, 귀한 사람 앞, 제사 때” 등을 언급한 것은 오늘날 예절과 다르지 않다. “매화 앞에서, 몹시 덥고 가물 때”는 흡연을 삼가라고 했다. 격조를 중시했던 선비문화의 면모를 보여준다.

“술과 밥, 담배 가운데 부득이 꼭 버려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을 먼저 버리겠소?” “밥을 버려야지요” “부득이 이 둘(술·담배) 중에서 버려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을 먼저 버리겠소?” “술을 버려야지요. 술과 밥은 없어도 담배는 하루라도 없을 수 없소.” 애연가와 그 친구의 대화다. 담배를 끊기 어려움을 생생히 전한다. 절의 법당에서 부처를 마주하고 담배를 피워 스님이 괴로워했다는 골초의 경험담도 실려 있다.

금연구역, 금연법이 있는데도 담배를 못 끊는 애연가들의 극성은 지금이나 옛날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하기야 금연법을 어겨 처벌 받았다는 얘기는 못들었다. 금연법은 있으나 마나한 법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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