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정치인들의 말에 불신이 가득하며 거짓말을 일삼는 그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선거때가 되면 거짓공약으로 국민들을 우롱하고 정당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말바꾸기를 마치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하는 그들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많은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입장표명에 진실감을 더하기 위해 ‘고해성사를 하는 마음으로’ 혹은 ‘고해성사를 하듯이’등 가톨릭 전례용어인 고해성사를 인용한다.
가톨릭 신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요즘 정치인들이 심심치 않게 고해성사를 운운한다. 이런 말들을 쉽게 할때마다 가톨릭신부로서 속이 상할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들이 과연 고해성사를 아는가. 사실 고해성사라는 표현은 그저 자신들의 진실성을 표방하기 위해 함부로 사용되어질 단어가 아니다. 고해성사의 본질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는 것이다. 고해성사를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자기성찰이 있어야 한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살펴보고 그 잘못에 대하여 깊이 뉘우치는 통회의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의 준비가 되면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고해소에 들어가 사제에게 죄를 고백하는 것이다. 자신의 죄에 대하여 진실하게 고백한 뒤에 그 죄과에 합당한 ‘보속’을 성실히 이행해야 하느님께로부터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고해성사란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통회하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단지 말만 앞세운다면 그것은 참다운 고해성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이 말하는 고해성사는 무엇인가. 그들은 아무런 내적 성찰도 하지 않고 참된 통회도 없이 다만 자신들의 입장만을 표방하고 진실성을 호도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고해성사라는 단어를 이용할 뿐이다. 정치인들의 진정한 고해성사란 하느님앞에 발가벗는 심정으로 깊은 자기반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국민들을 기만하고 죄의식도 느끼지 못하면서 함부로 신성하고 거룩한 가톨릭교회의 고해성사를 운운하며 하느님을 모독하고 진정한 통회가 없는 그들은 참으로 하느님의 보속이 무엇일지 깊이 자성해야 할 것이다.
/송영오.인덕원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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