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안정이 시급하다

국가사회가 어수선하다. 난세다.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FEC) 정상회의에 참석중인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5개국 정상이 북의 안전을 다자문서로 보장하는 새로운 제시에도 불구하고 평양정권은 여전히 강성 발언을 멈추지 않고 있다.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의 상당한 진척을 공공연하게 언급하면서 이젠 일본의 6자회담 배제를 요구하고 나서 회담 속개의 전망마저 흐리게 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협상 테이블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키 위한 또 한번의 버티기 전술이긴 하나 아무튼 북핵 문제 해결은 여전히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나라안 사정은 민생경제가 심히 어렵다. 당초 5.3%로 예정했던 올 경제성장률이 2.7%나 떨어지는 2.6%로 예상되는 가운데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에 반대하는 극렬시위가 잇따라 사회가 불안하다. 정치권은 재신임정국에 휘말려 뒤죽박죽이다. 이 모든 것을 다 일시에 해결할 방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정치권이 먼저 안정되어야 다른 문제 역시 해결 방안이 모색되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정치권의 안정이 절실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귀국 이튿날이 되는 오는 25일 가질 예정인 4당 대표 회동은 이래서 주목된다. 연쇄회동이든 개별회동이든 간에 현안 전반에 걸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이 자리는 AFEC회담 결과에 대한 설명과 함께 북 핵 대처, 경제문제 그리고 추가파병의 불가피성에 대한 논의가 물론 있겠지만 당장 시급한 것은 재신임 정국의 해법이다.

재신임 문제의 국민투표는 각 당마다 입장이 엇갈려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러므로 틀을 크게 보아야 한다. 안목의 틀을 좁혀서는 절대로 합의점이 도출될 수가 없다. 큰 틀이란 헌정 질서의 안정이다. 누구보다 노 대통령의 마음 가짐이 중요하다. 재신임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가 대통령이므로 결자해지의 겸허한 심정으로 대해야 한다. 막상 국민투표를 해보자니까 반대하는 것은 반대하는 사람들의 책임이라는 식으로 오기를 부려서는 정치권의 안정을 기할 수 없다.

청와대 비서실 개편이나 내각 개편 같은 것도 재신임정국이 진정된 다음의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정치권은 나라 안팎으로 처한 국민의 어려운 처지를 헤아려 불안을 더하기보다는 불안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