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낙지

낙지는 서남해안, 그중에서도 서해안 개펄에 널리 분포해 서식한다. 낙지는 썰물 때 손으로 쉽게 잡을 수 있는 데다 ‘타우린’이란 영양소가 34%나 들어 있고 인과 철분, 칼슘 등 각종 무기질과 아미노산을 듬뿍 함유하고 있어 바닷가 농어민들의 영양식품이다.

타우린은 생선류에 들어있는 황(S)을 포함한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시력을 회복시키고 빈혈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1945년 8월9일 가고시마에서 있었던 일이다. 일본 해군 특공대가 출격하려는데 비행기 조종사들로서는 가장 중요한 시력이 모두 떨어져 있는 것을 알았다. 이들에게 꼴뚜기 끓인 물을 마시게 하였더니 모두 시력을 회복했다는 일화가 있다.

다산 정약용의 형(兄)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봄철 농사철을 맞아 논과 밭갈이에 지쳐 쓰러진 소에게 낙지 2~3마리를 먹이면 벌떡 일어난다”고 기록했고, 어민들은 ‘뻘속의 산삼’이라고 극찬한다.

서남해안의 농민들은 농사철에 지친 소에게 낙지를 소가 좋아하는 풀에 싸서 먹여 기운을 되찾게 했는데 흑산도에서 오랫동안 유배생활을 한 정약전이 이같은 모습을 보고 기록으로 남겼을 것이다.

낙지는 또 “오뉴월 낙지는 개도 안먹는다”는 속담을 남기고 있다. 낙지가 뻘속에 구멍을 파고 산란을 한 뒤 알이 부화될 때까지 돌보다 새끼가 태어나면 기진맥진해 껍질만 남은 상태로 죽기 때문이다. 양력으로 6 ~ 7월 산란기 낙지는 영양가가 없는 데다 산란전의 포획 방지, 비브리오 패혈증 예방 등의 지혜가 담긴 속담으로 풀이된다.

낙지는 서해안 개펄속에 구멍을 뚫고 사는 ‘뻘낙지’가 최고다. 세발(細跋) 낙지란 발이 길고 가는 어린 낙지를 뜻한다. 6 ~ 7월에 부화된 낙지를 찬바람이 부는 10월 하순 무렵부터 어민들이 잡기 시작하는데 이때 잡힌 어린 낙지가 세발낙지다. 낙지는 어느 음식재료와도 잘 어울려 영양학적으로 완벽하다는 게 요리연구가들의 얘기다. 그래서 ‘맛의 환상궁합’이라고도 한다. 여름이 보신탕의 계절이라고 한다면 가을은 낙지의 계절이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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