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투구의 정치권, 선거제도를 고쳐라

SK비자금 수사 여파로 불법 정치자금의 수수 관행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각 당이 서로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이전투구의 공방을 벌여 지난 대선과 함께 16대 총선의 불법 정치자금도 파헤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수사나 재판에 계류 중인 SK 비자금, 현대 비자금, 굿모닝시티 자금, 나라종금 사건만으로도 약 10명의 각당 정치인들이 걸려 자기 당의 진지한 반성을 보이기는 커녕 남의 당 공격에 치중, 사활을 건 공방전 추태를 연출하고 있다. 우리 당만 먹었느냐, 너희 당도 먹었지 않았느냐는 식의 막가는 난타전은 정치권이 결코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적 한계를 거듭 드러내는 것이다.

이에 앞으로도 혐의가 포착되는 불법정치자금 수수의 정치인은 어느 당파, 누구이든 간에 엄중한 사법조치가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선거제도가 지금 같아서는 정말 안된다는 판단을 또 한번 갖는다. 정치권이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적 한계가 곧 선거의 병폐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또 이같은 정치자금 틈새를 빌미로 삼아 개인의 치부를 도모하는 정치인들도 있다.

기업의 정치자금 제공은 사실상의 포괄적 뇌물로 정경유착의 연결 고리다. 불법정치자금이 더 이상 관행화 하여서는 정경유착의 척결을 더 말할 수가 없다. 그러나 수천억원 대가 들어가는 대통령선거, 수십억원대가 들어가는 국회의원 선거를 이대로 놔두어서는 기업에 검은 손을 내미는 정치권의 병폐는 여전하다. 대통령 선거도 고치고 국회의원 선거도 고쳐야 한다. 아울러 각급 단체장 선거도 고치고 지방의원 선거도 고쳐야 한다. 선거제도를 정치개혁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

모든 선거의 완전공영제는 일찍이 본란이 주장해온 개혁 방향이다. 선거에 돈이 드는 일은 후보자가 선관위에 돈을 맡겨 선관위가 집행토록 하고 후보자 개인은 돈 쓰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제한해야 한다. 물론 이래도 부패 정치인이 나올 수 있고, 이러한 선거제도엔 단점이 없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선거에 불법정치자금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일 이상으로 급한 건 없다.

정치권은 그간의 불법정치자금은 검찰수사에 맡기고 선거제도 개혁으로 국민에게 참회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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