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기본법에 알맹이가 없다

오는 12월 국회에 상정될 문화관광부의 ‘국어기본법안’이 당초 취지와 달리 핵심내용들이 빠진 데다 한글 사용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법안이 돼버렸다. 우선 법안 내용 중 가장 관심을 끌었던 국어능력 우수자 우대제(이하 우대제)가 유야무야됐다.

지난해 10월9일 문화부가‘국어기본법’과 국어발전종합계획안을 발표했을 때, 국어가 홀대받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고 공휴일에서 제외된 ‘한글날’을 국경일로 환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국어기본법에 ‘국어능력인정시험’과 함께 ‘나라 말과 글에 대한 기본원칙’ ‘어문규범준수’ ‘외래어 표기법 통일 및 순화’ ‘국어정보화’ 등에 대한 내용을 담는다고 하였다. 이 중 국어능력 우수자를 우대하는 국어능력인정시험은 영어의 토플이나 토익처럼 대학입시와 입사시험 때 점수만 제시하면 사정에 반영되고 반면 국어에 대한 기본능력이 없는 사람은 대입이나 취업에 불이익을 준다는 제도였다. 특히 공무원이나 공사직원은 ‘국어능력인증서’없이는 설 자리가 없어지도록 방침을 세운다고 하였다.

그런데 12월에 상정할 국어기본법안엔 정부기관과 지자체 등에 국어능력 우수자 선발을 권장한다는 애매모호한 선언적 규정으로 바뀌었고, 당시 내걸었던 국어진흥기금과 국제국어진흥원 설치도 삭제됐다.

문화부는 공청회와 각 부처 협의과정을 거치면서 우대제에 대한 특혜 시비 및 다른 법과의 충돌 가능성 등이 제기됐다며 “우대제가 학원 양성과 사교육비 지출을 조장, 국어교육을 파행으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 들여 권장한다는 내용으로 대체했다”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당찮은 얘기다. 국가가 직접적으로 우대제를 규정하기 어렵다면 국어능력 우수자를 선발하는 대학이나 기업 등에 대한 지원책을 강구하는 등 좋은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의 국어능력은 100점 만점에 평균 58.26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언어문화연구원이 문화부의 의뢰를 받아 고등학생, 대학생,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어능력 측정시험 결과다. 국민들의 어휘영역·듣기·쓰기·읽기·어법·어문규정 등 국어능력이 이렇게 과락 수준인데 국어기본법에 우대제 관련조항을 없앤 것은 매우 잘못된 판단이다. 무엇보다도 우대제 부활을 전제로 한 국어기본법안을 재검토, 국회에 상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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