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개미는 세계적으로 열대·아열대 지역에 7개과 2천800여종 이상이 분포,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급 분화가 돼 있고 1만~2만마리가 군체(群體) 생활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먹이인 목재를 찾기 위해 지중으로 이동하며 4~5월에는 지상으로 나와 떼지어 날아 목조건조물의 지붕부분인 서까래에 침입하기도 한다. 한번에 50m 정도 날 수 있다.
국내에는 일제가 경부선 철도를 부설할 때 철도침목에 묻어 들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별로는 서울은 3월에서 11월말까지 활동하며 겨울이 따뜻한 부산 등 남부지방에는 연중 내내 활동한다.
흰개미는 숲에 버려진 썩은 목재를 섭식, 분해해 토양에 질소를 고정시키는 등 생태계에서는 유익한 곤충이지만 목재를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목조문화재나 목조건물에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목재 부재를 먹어 콘크리트 건물을 무너뜨릴 정도다.
국내에서는 1998년 세계문화유산인 장경판전(국보 52호)이 있는 경남 합천 해인사 응향각에서 흰개미가 발견됐고, 1999년 서울 종묘 정전(국보 227호)의 기둥도 피해를 입어 교체됐다. 종묘 외에도 경복궁과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등 4개궁 전역에서 흰개미가 발견되고 있으며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을 받아 전국적으로 목조문화재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1999년 강릉 객사문(국보 51호) 등 전국 85건의 문화재를 조사한 결과 18%에 달하는 15건의 문화재에서 흰개미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떼지어 날기도 하지만 주로 지하에서 건물로 침입하기 때문에 목조건물의 아랫부분과 기둥, 마루, 기타 부재의 순으로 흰개미 피해를 입었다. 흰개미 방제대책으로는 지금까지 연기나 독가스 등으로 살균하는 훈증(燻蒸) 처리와 목조건물 주변에 살충제를 투약하는 토양처리, 목재 방충방부처리 등의 방법이 사용돼 왔다. 그러나 훈증처리는 효과가 1개월 정도, 토양처리와 목재방충방부처리는 6~10년 정도 유지되지만 근본적인 방제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목조문화재는 화재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데다 흰개미까지 신경을 쓰게 하고 있다. 흰개미를 일거에 박멸하는 살충제가 속히 만들어져야겠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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