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외국인 농업연수생 제도

우리 정부의 맹점은 정책을 시행하면서 각 부처마다 100% 성공을 자신하는 점이다. 장관이나 집행자들도 10%, 20%의 문제점 또는 실패율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교육, 그린벨트, 경제 등 이루 열거하기도 어렵지만 최근의 ‘외국인 농업연수생 제도’역시 마찬가지다. 농림부가 농촌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올 7월 도입한 이 외국인 농업연수생제도는 문제점 투성이다.

우선 외국인 연수생들이 도착한 지 며칠만에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사전 상의 없이 달아나는가 하면 농사 경험이 전혀 없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고용한 농민들이 여간 애를 태우고 있는 게 아니다. 더구나 이탈한 외국인 연수생들이 남아 있는 동료들을 부추기는 바람에 농가는 예기치 않은 ‘임금 인상’을 해야 하는 일도 속출한다.

농사에 문외한인 연수생들도 적잖은 문제거리다. 전직 택시운전사나 목공들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닌 농사일을 어떻게 하겠는가 . 게다가 말까지 통하지 않아 손짓 발짓으로 간신히 의사소통을 하는 실정이다.

연수생들은 입국한 뒤 2주일동안 한국말과 문화, 풍습, 농업기술을 익히고 농가에 배치된다. 한국에 온지 며칠 안되는 외국인들이 겨우 2주일만에 어떻게 우리 말과 문화를 익힌다는 것인가.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 이 제도가 요구하는 고용절차는 더욱 농민들을 어렵게 한다. 연수생을 고용하려면 신청서, 영농규모 확인서, 납세서류 등 각종 서류를 갖추기 위해 6,7개 기관을 돌아 다니는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농가들이 보험에 가입할 의무도 없고 해고가 자유로운 불법체류 외국인을 선호하는 지경이 됐다.

연수생의 비싼 인건비 때문에 차라리 불법체류자가 낫다는 생각을 농민들이 갖는 것도 심각한 실정이다. 퇴직금을 포함한 기본급 65만원에 건강산업재해, 상해, 임금체불 보상 등 4개 보험 가입비, 숙식비 등을 합치면 연수생 한명당 월 120만원 안팎이 들기 때문이다.

농업연수생들 가운데는 연수를 위장해 입국하자마자 이탈, 불법체류자가 되는 사람들도 상당수에 달한다고 한다. 기업체도 아닌 농가에서 이탈하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외국인 농업연수생 제도는 폐지하거나 전면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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