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에도 유행이 있는 것 같다. 무슨 장사가 좀 잘된다 싶으면 너도 나도하며 쏠리는 것을 본다. 하지만 소문이 났을 땐 이미 늦다. 이 무렵쯤 되면 가게를 비싼 권리금을 받고 팔아넘긴 주인은 또 다른 아이디어의 장사를 모색하는 것을 보곤한다. 장사를 하는데도 요즘은 이처럼 두뇌를 쓴다.
대학에서 중국어과가 홀대받던 시대가 있었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그랬다. 당시엔 중국을 중공이라 불렀고 물론 국교도 없었던 시절이다. 중국과 선린관계를 가질 것이라는 전망조차 어려웠으므로 중국어과는 인기가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도 야심을 갖고 중국어과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언젠가는 중국과의 교류가 불가피하다고 본 그 무렵의 중국어과 학생들이 지금 중국관계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은 그같은 선견지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라크 파병을 앞두고 아랍어 전공자가 칙사대접을 받게 된 것은 희소가치성이 얼마나 높은가를 또 말해준다.
이즈음은 대학의 이·공계 지망이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는 이·공계로 진학했다가 그만 두고 의대로 다시 입학하는 사례까지 있다. 전국 대학의 물리학과 학과장 70여명이 물리학을 비롯한 기초과학의 육성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낸 것은 의미심장 하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제7차 교육과정에서조차 기초과학으로부터 멀어진 것을 경고한 대목은 정부가 특히 귀담아 들어야 한다. 기초과학은 첨단 기술의 기본이다. 금세기 정보사회에서 생산의 부가가치를 드높이는 것은 기초과학에서부터 시작된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자연과학의 발달만이 장차 나라가 먹고 살 길을 열어준다.
공부 잘하고 생각이 깊은 학생일 것 같으면 의대나 법대, 인문과학도 좋지만 자연과학을 탐구하는 것이 더 장래성이 있는 점을 깊이 헤아릴 필요가 있다. 시대를 앞서 보는 눈, 그리고 희소가치성이 중요하다. 지금 인기가 있는 학과를 무작정 눈앞의 인기만 보고 선호하는 것은, 한창 잘 되는 장사가 곧 한물가게 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임양은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