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우리의 가정

인간이란 자기가 태어난 가정안에서 의·식·주의 해결방식, 그리고 성장한 가정환경과 가족관계 안에서 자기만의 독특한 역사(history)를 형성한다. 이러한 역사는 결혼과 함께 부부가 서로 각기 형성된 자기의 문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느냐 하는 문제로 행복한 가정의 열쇠가 되는 것이다.

한국 가정 법률 상담소의 이혼사례를 분석해 보면 남 녀 모두 ‘성격 차이’를 가장 중요한 이혼의 사유로 꼽고 있다. 그러나 세상에 사는 사람들중 자기와 똑같은 사람은 없다. 같은 집에서 함께 자란 형제라도 서로가 다르고 쌍둥이로 세상을 사는 사람들도 그 성격이 다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이해하고 받아주는 사랑이 있기에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부의 사랑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늘 항구하게 끊임없이 일상생활속에서 이해될 수 있도록 서로의 입장을 살펴보며 배려하는 마음이 전제 되어야 한다. 각자의 가정문화속에서 형성된 각자의 역사를 인정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서로가 다른 두가정에서 자라난 사람들이 결혼을 통해 하나의 새로운 가정을 형성하는 것 자체가 서로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요, 서로의 생활태도를 새롭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것이다. 그러나 의지란 인간의 환경과 여건에 따라 달리 작용할 수 있기에 서로에게 늘 사랑받고, 사랑하는 존재로 이어가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이혼하겠다는 부부들의 대부분은 백마탄 왕자님과 잠자는 숲속의 미녀인 공주병속에서 헤매는 사람들이다. 현실을 무시하고 오로지 자기꿈에 취해 자기 역사(my history)만을 주장하는 이기적인 사람들! 그래서 자기가 먼저 용서와 이해를 구하기 전 남편이 먼저,혹은 아내가 먼저 무엇인가 해 주길 원하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다. 부부가 함께 하겠다는 것은 내가 먼저 이해하고 사랑하겠다는 결심과 자기를 깨고 우리가 되겠다는 수용적인 마음의 자세가 우선되어야 한다. 자기(my)를 깨고 우리(our)가 되겠다는 노력들이 결국 가정(family)을 만들어 가는 것이고 우리의 역사(our history)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송영오.인덕원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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