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백서’를 먼저 발표하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2002년 대선자금 전모 공개와 더불어 정치 부패에 대한 전면적 제도개혁 제안은 한국정치의 얼룩진 과거사를 청산하는 의미에서 중요한 화두를 제공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마다 정치권은 선거자금 문제로 여야간의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고 또한 검찰이 수사에 나서 관련자들을 의법 처리하였으나 대부분 변죽만 울려 아직도 정치자금과 관련된 정치부패는 계속되고 있어 정치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이러한 때 노무현 대통령 자신도 자유롭지 않은 대선자금 전모 공개의 강한 의지는 일단 평가할만 하다. 실제로 역대 대통령들이 직·간접으로 불법선거자금에 관련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밝혀 한국 정치발전에 새로운 전기를 만들고자 제안한 대통령이 일찍이 없었던 것을 상기하면 이번 노 대통령의 단안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런 제안이 실효를 거두려면 우선 대통령 자신과 관련된 대선자금에 대한 전모를 밝혀야 된다. 지난번 분당 이전에 민주당에서 2002년 대선자금 규모를 밝혔으나 그것은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대선자금에 대한 구체적 내역만 추가시킨 것일 뿐 전체규모를 밝힌 것은 아니다. 그 후에도 이중장부니 무기명 영수증의 증발이니 하는 문제 등이 노 대통령 선거 캠프로부터 야기되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 먼저 전모를 밝히는 것이 순서이다.

또 공개시기가 검찰수사가 정리될 시점이면 꿰맞추기 공개가 되어 별 의미가 없다. 검찰수사와는 별도로 지금 당장해야 한다. 이를 위한 열린 우리당과 민주당의 결단이 요구된다.

한나라당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SK로부터 100억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것을 당대표가 시인한 마당에 더 받고 덜 받고는 큰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당 역시 원내 제1당인 공당답게 지난 대선자금에 대한 전모를 밝혀야 한다. 검찰이 편파수사를 한다는 구실을 만들어 특검을 요구하기 보다는 먼저 불법선거자금에 대한 전모를 스스로 밝힌 다음 이를 정치개혁의 전기로 삼기 위한 제도개혁에 앞장서야 된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각 정당은 가칭 ‘2002년 대선자금백서’를 발간하여 제3의 기관으로부터 검증 받기를 제안한다. 또한 제도개혁을 위하여 한나라당이 제안한 ‘정치제도개혁범국민추진협의회’의뺗구성도 정치권이 조속히 논의할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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